■ 시
일격에 급소 찔린 축 늘어진 몸, 몸들
양동이 식은 눈물 반쯤 채워지고서야
무너져 지상에 남기는 유물의 뼈대
먹물 품어 짙어가는 어둠의 틈새로
연기 사이를 헤집어대는 저녁 불빛
대기 밖 밀려난 육지의 만성 통증들
식도타고 스멀거리며 역류하는 위산
절반 숨 호흡으로 등대 불빛 삼켜도
낚시 엮인 채 갑판에 올려진 목숨이다
아픔만으로 죽을 수 있다는 걸 어찌 알까
숫한 걱정거리도 지나면 별 것 아니고
내일도 새삼스러울 것 없는 곁가지들
날마다 새로워지려 쫓아다닌 삶의 골절
어둠에 선 내 질긴 급소는 어디일까
20그램 갑오징어 뼈 녹아들어 지탱하는
흉부 드러낸 과민한 성격의 처방전
빳빳하게 세운 기둥도 허물진지 오래
지상에 두른 나이테와 빈약한 가슴 뿐
문 밖에 나선 生이 위성으로 떠돌지라도
컴컴해진 세상에 온전하게 기억해주길
물 위에 떠있는 황홀한 빛의 꿈, 꿈들
밤바다에 서서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고
새벽 붙잡고 목젖 붓도록 토하고 있다
한길수
경희사이버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시와 시학’ 추천 당선. ‘현대인’ 평론 천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미주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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