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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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서 돌아와 목사님의 용태를 물었다. 호스피스로 어제 옮기셨다고 한다. 불과 일주 전 만해도 정신이 맑으셨는데 이리도 빨리 쇠진하시다니...
불꺼진 병실엔 목사님이 홀로 누워 계셨다. 의식 없이 가쁜 숨을 몰아쉬신다. 가족들이 장례준비로 잠시 출타중이라 했다. 들숨 한번 쉬러 온 몸을 뒤채시는 모습에 가슴이 메인다. 금방 숨이 끊길 듯하다가도 긴 한숨을 힘겹게 뱉으신다. 죽음의 문턱에서 숨 한 모금을 갈급해 하시지만 얼굴은 천사처럼 평화롭다. 가만히 손을 쥔다. 아직도 옛날 주일마다 덥석 쥐던 그 따뜻한 손이다.
“목사님, 제가 왔습니다. 무의식 중에서도 청각이 제일 오래 간다니 제 말 들리시죠? 십 오년 전, 갓 회갑 지나 우리교회 첫 부임하시던 날, 느닷없이 뻐기신 일 기억하시나요? - 내 키가 좀 작지만, 이래봬도 소싯적엔 평양 기독축구단 라이트윙으로 뛰던 날랜 몸입니다. 건강하난 걱정 없어요하며 껄껄 웃으셨지요. 헌데 천하의 준족이 한창 시절에 이렇게 누워 계시다니요? ??
목사님은 교회가 어려운 전환기 때 부임하셨다. 초대 목사님이 교회개척 십여 년만에 떠나시니 교회가 술렁였다. 뼈를 깎는 개척목회로 거의 탈진상태에 빠지셨던 초대 목사님의 피나는 아픔을 알기에는 우리모두가 너무 미숙하고 교만했다. 개척 십 수년이 되어도 양적으로 성장 못한 현상을 놓고 누구보다 괴로우셨을 목회자의 심중을 외면했다. 그 과정동안 서로의 심령은 상하고 아팠다.
사랑과 치유. 그리고 변화를 통한 교회성장을 이뤄보자고 모두 공감할 무렵, 경륜이 많으신 2대 목사님이 오신 것이다. 천성이 따뜻하고 낙천적이셔서 겉도는 교인들을 늘 챙기셨다. 목사님의 18번은 복음성가‘사막의 샘??이었다. ??사막에 샘이 넘쳐흐르리라.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놀고 어린이들 함께 뒹구는 참사랑과 기쁨의 그 나라가 속히 오리라??. 메마른 교회를 사랑의 오아시스로 변화시키기를 소원하며 때마다 힘차게 부르셨다.
그러나 목사님이 오신 뒤 수년이 흘렀어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교세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성장의 부진함 속에 교인들과 목회자의 마음도, 그리고 관계도 사막처럼 갈라졌다. 사람들은 조급해졌고, 그 와중에 목사님은 서둘러 은퇴 결심을 하신 것이다.
“은퇴 후 가장 힘든 건 교인들이 보고싶어도 다시 교회를 찾지 못하는 아픔이에요. 새 목회에 누가 될까봐 조심스런 점도 있지요. 허나 더 큰 이유는 교회를 성장시키지 못한 목사의 죄인 같은 심정 때문이겠지요??.
어찌 목회자만의 탓이랴. 허나 언제부턴가 양적 성장이 성공한 목회의 척도가 된 세태가 되었다. 목자가 아무리 영성이 깊고 사랑이 많아도 교세를 늘리지 못하면 존경과 신뢰를 잃는 세속적 분위기가 득세해 갔다. 교회는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성도들의 사랑의 공동체가 아닌가. 그러나 교회 안에 사랑과 관용보다 비판과 대립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실적제일주의의 풍조 속에서 믿는 자들은 서로 믿지 않게 되었다.
목사님의 숨결이 점점 엷어진다. 은퇴 후 1년만에 갑자기 찾아온 백혈병을 두고 목사님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신학생 때, 공산군에게 죽을 목숨을 하나님이 살려주셨는데 이젠 내가 빨리 보고 싶으신가봐.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한 오 년 더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다 갔으면 좋으련만..??
목사님이 누군가를 찾으시듯 눈을 엷게 뜨시는 듯했다. 손을 꼭 잡아드린다. 안심하시듯 그 힘들게 들이쉬든 숨을 차츰 놓으신다. 나지막이 찬송을 불러드린다. “사막에 샘이 넘쳐흐르리라.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놀고 어린이들 함께 뒹구는 참사랑과 기쁨의 그 나라가 속히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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