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신문들이 고전 중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특종으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해서 유명해졌던 워싱턴 포스트 지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포스트 지는 780명의 편집국 직원들 중 50세 이상의 100여 명에게 관대한 은퇴금과 건강보험을 제공하여 조기 퇴직을 하게 했다.
배달 부수가 자꾸 줄어들어 부수에 비례하는 광고수입이 격감되었기 때문에 택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2000년에 81만3,000이던 부수가 이제는 67만3,000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신문 부수의 격감은 인터넷 매체들이 클릭, 클릭하기만 하면 공짜로 볼 수 있는 뉴스를 거의 실시간대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문들도 인터넷 판을 만들어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인터넷 판에는 한 달에 940만의 방문객들이 클릭 클릭을 하니까 일반 사용자들에게서 수수료는 못 받지만 포스트 조사부 소장의 정보 같은 것은 유료라서 돈벌이가 된다. 또 인터넷 판에 광고하는 회사들로부터의 수입이 짭짤할 것이기 때문에 워싱턴 포스트 지의 모체인 워싱턴 포스트 회사를 위해선 동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포스트 지 자체는 경영난일지 몰라도 포스트 회사의 다른 자회사들은 건재하다. 뉴스위크 주간지와 가젯트 등의 지방신문들을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마이애미, 휴스턴 등 6개 도시의 TV 방송국과 케이블 원도 소유하는 미디어 왕국이다. 특히 캐플란이라고 학교와 비즈니스를 위한 교육 서비스 제공하는 회사는 연수입이 20억 달러 이상 되는 효자이다.
두어 달 전 포스트 지의 발행인 겸 CEO로 41세인 캐서린 웨이무스가 임명되었다. 그는 포스트의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의 그 유명했던 발행인 캐서린 그래함의 외손녀다. 어머니 뒤를 이어 발행인을 하다가 발행인 자리를 동창에게 넘겨주고 포스트 모회사의 회장으로 있는 도날드 그래함의 조카딸이다. 캐서린 웨이무스는 소위 아이비리그 일류대학 출신으로 신문사 편집국의 요직을 거쳤을 뿐 아니라 젊은 세대답게 인터넷 등 새 미디어에 조예가 깊다고 알려져 있다.
포스트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미니어폴리스 트리뷴이라고 미네소타 최고 일간지의 최근 역사도 일간신문의 장래에 암영을 던져주고 있다. 1998년에 12억 달러에 팔린 그 신문이 10년도 못된 2007년에는 반값도 못 되는 5억3,000만 달러에 다른 그룹에 넘어가더니 그 새 그룹은 그 투자액수의 25%만 건질 수 있다고 평가절하를 했기 때문이다. 또 시카고 트리뷴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유명신문을 매입한 억만장자 샘 젤이라는 사람은 편집국 직원들을 마구 감원시켜 한 때는 쟁쟁하던 신문의 질을 떨어뜨려놓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필자가 신문학 강의를 하던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미 전국의 일간지 수는 1,700이 넘었지만 지금은 겨우 1,450 정도라는 사실만 보아도 미국 신문계의 고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독자들이 오히려 느는 신문들도 있다. 한국일보처럼 이민 제1세대를 위한 외국어신문들이다. 그러나 이민세대가 점점 줄어들고 2세들이 많아질수록 신문구독률이 줄어들 것은 뻔 한 이치다.
인터넷 신문의 속보성에는 일간지가 경쟁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나 사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위해서는 제목이나 기사 첫머리에만 나오는 요약 가지고는 불충분하고 신문이 제공하는 깊이 있는 해설과 배경이 필요한 것은 두말 할 나위조차 없다.
문제는 인터넷, 블로그, 유튜브 등의 범람으로 시간에 쫓기는 젊은이들이 신문을 읽을 틈이 없다는데 있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 매체만 이용해도 세상사를 다 잘 안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 그와 같은 착각에 더해 특정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한 거짓, 아니면 10% 진실에다가 90% 과장 속임수를 교묘히 배합한 것을 유포시킬 때 올 수 있는 사회적 폐해는 가공할만한 수준이 될 수 있다. MB가 원인제공자라고는 하지만 서울에서의 쇠고기 촛불데모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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