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문학동네 펴냄
이런 사람이 있다. 고교 시절부터 겪은 학습장애로 낙제를 거듭. 대학을 두 번 옮긴 끝에 템플 대학교에서 학습장애를 극복하고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음. 젊은 정신의학 전문의로서 중독 증세 분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 서른세 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어 전신마비가 됨. (결혼 10주년을 맞아 아내에게 줄 결혼 선물을 가지러 가던 길에 당한 사고였음)
그 후로 그는 극심한 우울증과 이혼, 아내와 누나, 부모님의 죽음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삶의 지혜와 통찰력,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된다. 그가 휠체어에 앉아 상담한 수많은 환자들도 인간과 마음을 바라보는 그의 눈을 뜨게 했다.
30년 가까이 휠체어 생활을 해온 그는 본업인 심리치료 외에도 필라델피아 공영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 ‘가족의 목소리(Voices in the Family)’의 장기 진행자이며,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의 고정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 대니얼 고틀립이다.
둘째 딸이 낳은 유일한 손자 샘이 14개월 되었을 때 자폐진단을 받게 되자 그는 손자에게 세상과 인생에 대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해서 4년 동안 32통의 편지를 쓴다. 그의 글은 성공을 향한 메시지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극단적인 고통과 상실을 통해,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법, 실패와 패배를 안고 살아가는 법,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 그 상처가 스스로 치유되도록 돕는 법을 말할 뿐이다. 그의 책 서문에는 ‘세상의 모든 샘에게’라고 씌어 있다. 자폐증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왜 이 책을 읽고 감동할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생각하고 있는데 저 유명한 프랑스 시인 랭보가 조숙하게도 그의 나이 17세에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계절이여, 성곽이여!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이형열 (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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