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가 서천을 정벌해 촉주(蜀主)가 된 건 만년의 일이다. 라이벌인 조조는 일찍이 중원을 석권했다. 또 다른 경쟁자 손권 역시 진작 강동의 패자가 돼있었다.
난세에 평생토록 전쟁터를 누볐다. 그러나 항상 객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유비가 서천을 정벌해 세워 3국 정립시대를 맞게 해준 인물은 제갈 양이다.
제갈 양은 그 유명한 천하삼분의 계책을 유비에게 알려준다. 그 계책을 실천에 옮겨 유비는 유장을 내쫓고 마침내 서천, 다시 말해 익주를 차지한다. 명분은 혼주(昏主)의 폐정으로부터 백성을 구한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해방군이라는 이름으로 유비 세력은 익주를 점령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기대가 컸다. 이름이 천하에 떨치는 유비다. 거기다가 당대의 명사 제갈 양이 돕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선정이 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런 상황에서 제갈 양은 먼저 법령 개정부터 서둘렀다. 그 고쳐진 법이 그런데 그랬다. 엄중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보다 못해 주변에서 간언을 했다. “한 고조는 관중에 들어가자 공약삼장을 발표했습니다. 법을 간소화해 천하의 인심을 얻은 것입니다. 공께서는 그런데 오히려 엄혹한 법을 도입하고 있으니 그 까닭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갈 양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때는 그 때이고 지금은 지금입니다. 진(秦)은 법이 과중해 인심을 잃었으나 유장이 망한 까닭은 법이 문란해 기강이 흐트러진 탓입니다.”
한국의 국정 전반이 유고(有故)상황을 맞았다고 한다. 발단은 미국산 쇠고기 반대시위였다. 그리고 두 달이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은 국정 마비에, 정치 증발이라는 것이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사상 최대 표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 정부가 그토록 짧은 세월에 식물정권이 됐으니 하는 말이다. 무엇이 이 지경으로 몰고 왔나. 여러 가지가 지적되는 모양이다. 그 주원인은 그러나 법질서 유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는 탓이 아니었을까.
잘못된 정책은 마땅히 시정해야 한다. 필요하면 사과도 해야 한다. 거기까지는 ‘오케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법질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 법질서 준수에 대한 확고한 의지 표명이 없었다. 아니, 헷갈리는 시그널을 계속 보여 왔다.
대통령의 최우선 의무는 헌법준수다. 정부의 최소한의 기능은 법질서 유지이고. 그 본분을 망각하고 이리저리 눈치나 본 결과가 국정마비를 불러온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위기탈출의 출구는 다른 데 있는 것 같지 않다. 확고한 법질서 유지를 통해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좌고우면식의 눈치 보기는 이제 그만 집어치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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