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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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창구 직원과 한바탕 입씨름을 했습니다. 결과는, 제가 원하던 바를 얻고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둘 사이에 있었던 대화를 돌이켜 보니, 방귀 뀐 제가 성내고 나온 것이 아닌가,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제가 욱! 한 이유는 직원이 통역을 찾으려 해섭니다. ‘이 사람이 나를 무시하네’ 하는 마음이 불끈 솟아 오르면서, ‘나도 영어 할 줄 안다’ 하면서 따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부터 말을 못 알아 들었던 것이 맞더군요. 그때는 그런줄도 모르고 큰 소리친 어이없는 손님이 바로, 저였습니다. 서울구경 안한 사람이 서울구경 한 사람을 이긴다고 하더니… . 저는 욱!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저를 두고 남편은 말합니다. ‘생긴 건 잡종인데, 성격은 꼭~ 몽골리안이야’.
남편과 할께 일하면서 서로가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도 그겁니다. 우리가 잘 살려면 이러 이러한 것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그동안 나를 못마땅하게 봤다는 얘기군’ 하는 삐딱한 마음의 욱! 이 나옵니다. 그때부터 제가 듣기 싫은 티를 내니까, 잘 해보자고 시작한 대화는 싸움이 됩니다. 그때마다 logic으로 먹고 사는 엔.지.니.어.인 남편은 질색을 하곤 합니다. 사실 오늘 은행 직원과 한바탕하기 전에도 비슷한 일이 남편과 있었지요
은행 직원이 통역을 부르려 한 것은 일을 잘 해보려고 한 겁니다. 거기에서 나를 영어 못하는 사람이라고 무시한다고 느낄만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빴던 겁니다. 오해와 감정, 둘 다 내것이었습니다.
은행에 전화를 걸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제 남편에게 마음을 전 할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며칠 전, 한 자매님으로부터 미국에 살면서 느낀 인종차별에 대해 들었습니다.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씁쓸해하더군요. 그때 그 말을 들으면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건 누군가 한 쪽이 한 쪽을 차별하는 태도에서 생겼다기 보다는, 서로 살아 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까 생긴 오해가 더 많지 않을까?
낯 설고 말 설은 나라에 와 살면서 자그마한 일에도 발끈할 때가 많습니다. 약점을 들킨 것 같아 신경질나고 내가 모르게 손해보는 것이 있지 않을까 불안해서 그런다고 생각합니다. 열등감에 눈이 가려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이지요.
욱! 하는 마음 때문에 길을 잃고, 괜한 오해와 나쁜 감정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면, 이 땅에서의 삶이 제겐 더 아름다울꺼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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