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모양 있게 담아 전채요리나 혹은 브런치 때 서브하면 좋습니다.
하루 8시간씩, 여름 석 달 간의 요리 공부가 끝나자 저는 이렇게 깨가 쏟아지듯이 재미있는 것을 여기서 도저히 중단할 수 없었습니다. 아주 이 분야에 뛰어들 것을 궁리 하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시간을 좀 조절할 수 있는 파티 서비스(catering)를 하는 것이 우리 아기 때문에 가장 적절할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께 뉴욕에서 제일로 손꼽히는 파티 서비스 하는 곳을 여쭈어 보니 글로리어스 푸드(Glorious Food)와 은 쟁반(Siver Palate)이라는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월급보다도 일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 저에게는 중요했습니다. 보수를 괜찮게 주는 보통 집보다는 제일 좋은 곳의 말단으로 들어가 잘 배우는 것이 길게 볼 때 빨리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글로리어스 푸드는 쟝 클로드 네덜렉 (Jean Claud Nedelec) 이라는 프랑스 쉐프(chef)가 음식에 관한 모든 것을 관리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아무도 채용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들어도 단념하지 않고 수도 없이 전화를 하고, 샘플을 만들어(오죽 했을까)가기도 했습니다. 하도 귀찮게 구니 결국은 그럼 다음 주부터 나와 봐라라며 마지못해 붙여 주었습니다. 하늘을 나르기라도 할 듯이 얼마나 기뻤는지는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월급요? 너무나 쥐꼬리만한데, 세금 제하고 나서 아기 보는 사람 주고 나면 교통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일하러 가는 날은 남편한테 나 오늘 일하러 가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다고 해야 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어린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일을 하러 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시지요? 낮에는 일 하느라 정신이 없어 생각을 접어 두지만 저녁에 오면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한 생각이 들지요.
집안일을 번개같이 수박 겉핥기로 해치우고 혹 다음날 일을 할 것이면 아기 음식을 준비해 두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를 발전시키는 것을 발견한 것이 더 없이 기뻤습니다. 글로리어스 푸드에서 파티 서비스를 해 달라고 청하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신문에서나 읽는 굉장한 부자들이거나 유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10명 정도만을 위해서 준비하는 작은 디너파티도 있었고 수 백 명이 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박물관의 자선 파티도 있었고 호화 요트에서 벌어지는 파티도 있었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수는 보통 16-20명이었습니다. 하버드 대학을 나온 사람이 있어 깜짝 놀라서 아니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요리에 대한 미련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어 결국 다 집어 치우고 들어 왔다고 하였습니다. 말단 일꾼인 저는 쉐프들이 시키는 대로 야채를 다듬기도 하고 다른 음식을 모양 있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똑 같은 크기로 개롬한 모양으로 감자를 다듬기 위하여 감자의 반을 북북 잘라 버려야 했습니다. 맛뿐 만이 아니라 모양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니 참 버리는 게 많더군요.
생선이나 고기의 모양을 일정하게 하기 위하여 쓱쓱 잘라 버리는 것을 보면 알뜰 주부의 근성이 살아나서 우리 두 식구 저녁 감이 사라지는구나...하고 생각 하게 되더라구요. 예쁜 샐러드 잎만 두고 잘라 버리는 멀쩡한 겉닢도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갖고 가겠다고 집을 수도 없고.
손으로 만드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일하면서 배우고자 하는 정열이 폭발하듯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항상 질문을 수도 없이 하는 애 엄마에게 쉐프들은 건성으로 대답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적당히 때를 보아 하나씩 물어야 하더군요. 그것 하나(?) 가르쳐 주어 봤자 자기네들을 언제 따라간다고! 단 페이스트리(밀가루 반죽으로 다양하게 구워 만드는 크고 작은 케이크 같은 후식의 총칭) 쉐프 신티아는 항상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고 어떤 때는 요리법 적은 것을 보여 주기도 하였습니다.
음식의 맛을 위해서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유럽 태생의 쉐프들은 일을 하면서 다 끝나고 나서 말할 수 없이 청결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의 음식을 아주 잘 해주더군요. 그것은 제가 아주 고맙게 생각한 일이었습니다. 파티에서 여분으로 만들어 남은 음식은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음날 점심. 그러니 그 점심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저는 점심을 먹기 위해 일을 하러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글로리어스 푸드에서 그야말로 세련된 서양요리를 터득하였습니다. 반면에 누구나 자라면서 먹고 배우는 순박한 보통 요리는 훨씬 나중에 혼자 책을 보고 배우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우리 딸은 친구 집에 가서 구멍 뚫어지고 꼬부라진 짤막한 국수로 만드는 ‘마카로니 앤 치즈’라던지, 다진 고기로 넙적하고 네모진 빵처럼 생긴 데서 이름이 따진 ‘미트로프’를 처음 먹어 보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우리 집에 와서 달걀흰자를 부풀려 날라 갈듯이 가볍게 만든 팬 케익이라든지 크림에 설탕을 조금 넣고 만든 당근을 새로 발견하게 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느 시간을 막론하고 하는 첫 마디는 항상 우리 오늘 저녁에 뭐 먹어? 하고 물었습니다.
저녁에는 그 날 쉐프가 만든 새로운 음식과 시식을 한 음식의 모양, 색채, 맛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하였습니다. 남편은 먹는 것은 그저 배를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맛있는 설명 덕분에 그 때부터는 호기심이 일기 시작 하였습니다.
제가 생전 본 적이 없었던 모렐 버섯(까만색이 나고 적은 벌집 모양), 트러플(프랑스 말로는 트뤼프. 울퉁불퉁 일그러진 덩어리 모양의 버섯)을 처음 구경 한 곳도 거기서 였습니다. 필요할 때는 프랑스에서 치즈를 직접 날라 오기도 하였습니다. 그 곳에서는 맛을 위해서는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어디서 구하던지 최고의 재료를 구입하였습니다. 요리라는 것이 이렇게 까지 정성을 들이고 또 맛이 있을 수 있는 것이구나 하고 그 때 느끼기 시작 하였습니다.
그렇게 제가 좋아 하는 것을 하니 하루 종일 서서 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대한 흥미가 진진했기 때문에 소위 일을 하고 온 날은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골아 떨어져서 잠을 잘 자는 여자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돈을 들여가며 일하러 다니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을까!
그때는 80년도 초반, ‘누벨뀌진(프랑스 말로 새로운 요리)’이라고 크림이나 버터를 덜 쓰고 훨씬 산뜻하게 만드는 법이 미국에서도 유행할 때였습니다. 재료의 제 맛을 살린 신선한 음식을 만드는 데 치중 하였습니다. 그리고 접시에 많은 양을 담지 않고 적은 양을 우아하게 보이도록 담았습니다. 요리의 이름도 이제는 ‘꼬꼬방 (Coq au Vin-술을 넣고 찜한 닭)’처럼 간단하게 표현하는 이름 대신에 ‘흰 포도주로 야채와 함께 찜을 하여 서브되는 연한 닭고기’라던지 혹은 생선 요리를 얘기할 때, ‘레몬의 향이 곁든 화이트와인 소스와 서브되는 철판에 지진 생선’등 화려한 묘사를 붙여 요리를 설명 하는 게 유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요리사들은 정해진 이름이 있는 재래의 음식보다 자기의 아이디어를 살려 만든 음식을 멋지게 묘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손님들이 메뉴를 읽으면서 자기가 맛볼 음식을 상상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훈제된 것이던 생것이던 연어가 유난히 아주 고급 음식으로 취급될 때였습니다. <계속>
글로리어스 푸드에서 파티 서비스를 청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신문에서나 읽는 굉장한 부자들이거나 유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10명 정도만 위해 준비하는 작은 디너파티도 있었고 수백 명이 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자선 파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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