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타워팰리스로 대표되는 서울 강남의 초고층 주상복합빌딩들과 바로 인근에 위치한 판자촌을 하나의 프레임에 담은 사진은 21세기 한국의 빈부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부 언론에서 세계화라는 구호가 약육강식의 이데올로기를 포장하는 미명임을 지적하기 위해 자주 사용해온 사진이기도 하다.
첼시의 월터 랜덜 갤러리에서 8월 2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임상빈씨(사진)의 작품에도 이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임씨의 작품에는 그렇지 않아도 높은 이 건물들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이 한껏 과장되게 더 높아져 있다. 이 작품만이 아니고 회화, 사진, 그래픽, 영상 등 다양한 장르가 전시중인 임씨의 작업 대부분에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 도시의 빌딩들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임씨가 현실 참여적인 시각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는 아니다. 물론 현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지적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오히려 임씨는 초고층빌딩으로 상징되는 도시의 욕망과 활력에 매료되어 있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임씨는 늘 도시에서 살았고 여전히 도시에서 살고 싶고 도시를 주제로 작업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부와 명예를 쫒는 인간의 탐욕은 유사 이래 모든 비극의 원인이지만 결국 모든 발전의 원동력이자 가장 매력있는 예술의 주제였다는 것을 임씨는 인정한다. 일부러 왜곡하고 과장한 임씨의 이미지들, 특히 주변과 도드라지게 솟아있는 여의도 63빌딩을 그린 작품을 보면서 인간의 헛된 욕망을 상징하는 바벨탑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모마의 한 공간을 중첩해서 표현한 모마 연작들도 마찬가지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현대 걸작 수백점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이 그림을 보면서 예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단순한 향유가 아닌 소유와 부의 축척이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예일대에서 석사를 마친 임씨는 현재 컬럼비아 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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