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Africa」는 덴마크 남작 부인, 카렌 (Karen Blixon)의 자전소설이다. 1913년 남편 따라 아프리카의 케냐로 이주해 척박한 땅을 일구며 흙과 토인들을 사랑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 그러나 그녀는 20년 후 농장과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잃고 상처를 안은 채 아프리카를 떠나고 만다.
1985년 명배우, 메릴 스트립이 카렌으로 분했던 동명 영화에서 본 아프리카의 빛깔을 잊지 못한다. 태양처럼 강렬하면서도 노을처럼 은은하던 거대한 대륙의 영상이 눈에 선하다. 나이로비 서쪽 고원너머 구름위로 피어오른 킬리만자로의 하얀 영봉. 뙤약볕 아래 물동이를 이고 가던 키쿠유 부족 아낙네들의 까만 눈동자. 그들이 맨발로 걷는 언덕길 위로 흩날리던 황토색 모래. 기린들과 사슴 떼, 사자와 표범들을 경비행기로 추적하며 내려다본 광활한 연두 빛 초원.
카렌은 남편이 버리고 떠난 척박한 농토를 수천 에이커 커피농장으로 일군다. 독립심 강하고 아프리카를 사랑했던 그녀는 농사를 돕는 부족민들을 한 식솔처럼 돕고 가르친다. 착취를 일삼는 백인들과 토착민들 사이 갈등이 일 때마다 카렌은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편견을 질타한다. 농민인 키쿠유 족과 유목민 마사이족들의 오랜 전통과 문화를 한없는 애정으로 보듬는다.
“혹시 절 기억하세요?” 갑자기 받은 전화 목소리가 좀 낯설다.“케냐에서 13년 간 농아선교를 해온 금희 선교삽니다.” 어릴 때 부산 피난 시절, 우리는 금희네 세 들어 살았었다. 정 많으셨던 부모님은 피난민인 우리가족을 살갑게 대하며 바깥채를 내 주셨다. 나는 초등학교 몇 년을 그 댁 세 딸들과 함께 다녔다. 제일 맏이 영희, 둘째가 나와 동갑 선희, 그리고 막내 금희였다.
서울에 올라와 대학 다닐 때 명절이면 약수동께 그 댁으로 찾아뵈었었다. 소탈한 성격의 선희가 늘 누이처럼 대했다. 어릴 때 울보 금희를 내가 업고 다녔던 얘길하며 놀리기도 했었다. 그럴 즈음, 세 딸 중에 막내 금희가 제일 먼저 시집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오랜 뒤, 남편과 함께 부부선교사로 케냐로 떠난다는 전갈도 바람결에 들었다.
이번에 금희 선교사를 만나면 근 30년만의 해후였다. 미국에 선교집회 차 온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집회엔 꽤 많은 분들이 모여있다. 중년이 돼 만났지만 눈빛이 낯설지 않았다.
“제가 38살에 남편 따라 케냐의 농아들을 돌보러 갔습니다. 농아들은 어느 사회에서나 소외되고 천대받지요. 그들의 영혼은 상처와 분노가 깊습니다. 수화로 소통하며 그들도 조물주의 사랑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사역을 소명으로 믿고 갔지요.”
헌데 제일 큰 시련은 케냐사역 1년여만에 맞은 남편의 죽음이었다. 고원지대의 풍토병과 과로가 심장에 무리를 준 탓이었다. 본인도 암으로 두 가슴을 잘라내었다. 그 급박한 고비에서 떠날 것인지 남을 것인지 울부짖었다. 자식 셋 교육까지 희생시키면서 겁 많은 자기를 붙들어맨 것은 분명 사람 힘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녀는 남아서 홀몸으로 농아학교를 세우고, 그들을 신앙지도자들로 양육한지 13년 세월이 흘렀다.
“힘들 때면‘Out of Africa’를 봅니다. 카렌이 학교를 세우기 위해 하인들 앞에 무릎 끓는 장면이 있지요. 큰 뜻을 위해 자기를 버린 참된 섬김이지요. 아마 그 장면을 백 번도 더 봤을 거예요.”
카렌이 커피 경작을 한지 백년 지난 지금 커피는 케냐의 주요수출품이 됐다. 케냐정부는 카렌의 옛 유적들을 복원, 박물관으로 꾸미고 그녀를 국가 유공자로 추대하기 이르렀다는 것이다.“사람일도 결실 맺기까지 백년이 걸리는데 하물며 하나님의 사역을 하면서 당대에 열매를 바라겠어요? ” 농아들을 위해 바친 그녀의 희생이 아프리카에 또 하나의 강렬한 빛으로 피어나고 있음을 지금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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