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을 갓 넘은 이명박 대통령을 소재로 한 시리즈들이 벌써부터 줄을 잇고 있단다. 특히 ‘노무현 대 이명박 시리즈’가 인기라고 한다.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이명박은 초중고와 싸운다” “노무현은 경제 기초를 다졌고, 이명박은 경제 기초를 다 줬다” “노무현을 꿈에 보면 로또를 사지만, 이명박을 꿈에 보면 다음 날 차 조심한다” 등 주로 이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들이다.
여전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얘기일 수 있지만, ‘강부자 내각’으로 시작된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의 또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요즘 한국 뉴스를 볼 때마다 짜증이 절로 생긴다.
신문을 봐도, TV뉴스를 봐도 온통 ‘촛불집회’로 시작해, 시위대와 경찰이 서로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끝난다. 여기에 한국 언론마저 양 쪽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시각에서 기사를 만드니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머리만 복잡해진다.
더욱 답답한 것은 50일 넘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현 정부의 모습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는 것이 안쓰러울 정도다. 마치 정부가 실종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역대 최고 득표로 당선된 이 대통령에게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정권은 ‘소통부족’이란 말로 자책하고 있지만, 시작부터 뭔가 잘못됐기 때문인 듯싶다. 아니 조금 더 직설적으로 지적한다면 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라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의욕만 앞섰던 것이 지금의 문제를 불러온 것 같다.
혹, 자신이 샐러리 맨 성공신화의 주인공이었고, 서울시장 시절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청계천 복구 사업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높은 평가에 우쭐한 나머지 자신이 무엇을 해도 국민이 적극 밀어줄 것이라는 판단착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간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야당대로 여의도가 아닌 시위 현장에 나와 구호만 외치고 있다. 자신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대안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정권을 가지고 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은 안하는지 궁금하다.
누구나 꼭 하고 싶은 일과,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전자가 ‘희망’ 또는 ‘욕망’이라면, 후자는 ‘책임’ 또는 ‘의무’이다.
이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줄기차게 강조했던 것이 실용주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이 그의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실용주의는 단지 ‘이상’에 그칠 뿐이다.
얼마 전 발표한 대통령 담화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도 더 이상 바깥에서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의사당에 들어가 머리를 맞대고 현 난국을 타개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언론 역시 한 쪽만을 위한 절름발이 보도행태에서 벗어나 공명정대한 자세를 되찾아야 한다.
쇠고기에 온통 이목이 집중되면서 주변에서는 얼마나 큰 일이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는지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지나 않은지 우려만 커진다.
유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이는 경기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한국의 대북정책이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사이, 북한은 ‘통미봉남’ 정책을 마음껏 구사하며 새로운 북미관계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로의 역할과 자리를 찾아야 한다. 하고 싶은 일들이야 많겠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황성락 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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