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공부 잘하는 애들은 뭐가 다른 걸까? 평소에 무슨 책을 주로 볼까? 일반의 이런 호기심 때문일까? 얼마 전 서울대 도서관의 대출 순위가 발표되고 이게 바로 신문기사가 되면서부터 정신과 의사인지 환자인지 구별하기 힘든 이라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가 갑자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2005년 출간, 현재까지 100쇄가 넘게 발행되어 이미 볼만한 사람은 다보고 난 초대형 베스트셀러임에 틀림없지만, 일본 작가의 소설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은 미주한인사회에 뒤늦은 <공중그네> 바람이 불게 된 것은 순전히 서울대생 대출 리스트 1위라는 신문기사 탓이 크다.
우선 이 소설의 미덕은 재미있다는 것. 5개의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각 에피소드마다 한 명의 환자가 등장하고 이 환자들을 기묘한 의사 이라부, 그리고 간호사인 마유미가 치료한다. 치료하는 방법이라는 게 매우 희한해서 일단 환자의 증세를 들은 다음 무조건 비타민 주사라는 거창한 크기의 주사를 놓고 환자가 당황할 정도의 행동을 통해서 요절복통할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다섯 꼭지의 이야기에 환자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야쿠자에서부터 서커스단 곡예사, 의사, 야구선수, 작가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지만 모두가 하나 같이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반해 100킬로가 넘는 거구에 다섯살 박이 아이처럼 천진하고, 엉뚱하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못 말리는 유희본능 탓에 늘 기상천외한 사건을 몰고 다닌다.
아마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공허한 일탈충동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우울증과 강박증에 빠지고 마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그리려 했겠지만 한국 사회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
그의 위트와 풍자는 책의 전편을 관통하며, 앞뒤 재지 않는 낙천성으로 삶을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유희적 인간’ 이라부의 기행을 통해 쳇바퀴 속처럼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를 독자들에게 활짝 열어 보인다.
이형열 /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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