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업하는 사람들은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울상이고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구조조정 때문에 감원 바람이 불어 좌불안석이다. 그나마 장사도 안하고 현찰을 예금 해놓은 경우는 은행파산 바람이 부니까 “10만달러 이상 적금한 사람들은 이런 때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또 걱정이다.
이상하게도 돈 있는 사람일수록 걱정이 더 많다. 자고나면 주식 값이 내려가 재산이 줄어드니 피가 마른다. 또 부동산 부자들은 렌트 못내는 입주자들이 늘어 고민이다. 예전 같으면 당장 쫓아내겠는데 쫓아 내봤자 들어올 사람도 없고 특히 상업용 쇼핑센터의 경우 빈 가게가 생기면 다른 업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한숨이 더 큰 것이 이번 불경기의 특징이다. 많이 가진다는 것은 많이 얽힌다는 뜻이다.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의 걱정이 더 무거운 것은 잘못하면 애써 모은 재산을 다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18일자 월스트릿 저널에 ‘홈리스 억만장자’라는 흥미 있는 기사가 실렸었다. 내용인즉 월가에서 성공해 억만장자가 된 니콜라스 베르구루엔이라는 사람이 집과 재산을 다 정리해 자선기관에 희사하고 자신은 작은 호텔로 거주지를 옮겨 직장을 출퇴근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왜 돈이 싫어 졌습니까?”라는 기자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재산이 늘어날수록 걱정도 늘어납니다. 관리해야 하는 책임에 눌려 삶을 즐길 수 없게 되죠. 돈이 가져오는 행복감은 돈을 쓸 때 입니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래서 돈은 벌되 돈을 소유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돈의 노예가 되기 싫다는 것이다. 그는 무소유의 의미를 깨우친 것 같다.
무소유의 참다운 의미는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욕심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뜻이다. 넘치는 소유로 인한 얽매임에서 해방되라는 의미다. 사람은 뭐가 모자랄 때는 고마움과 만족을 알게 되지만 넘치면 자만해 고마움을 모르게 된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 - 예를 들어 건강이라든가 잘 자라주는 자녀라든가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른다.
현대인들의 공통된 병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른다는 사실이다. 중국을 여행해보면 이를 느낄 수 있다. 가난에 쪼들리던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눈에 띠게 향상 되었는데도 이들은 핸드폰, 좋은 아파트, 자동차 등 수많은 소유에 얽매여 돈 버는 노예가 되어있다. 전혀 행복한 얼굴이 아니고 초조하고 짜증스런 표정이다.
지금 미국경제가 말이 아니다. ‘인디맥’ 같은 거대한 세이빙스 앤 론이 파산해 은행에서 돈 빼가려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 1930년대의 대공황 장면을 연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동이 트기 전 더 어두운 법이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는 현재보다 몇 배 심각한 575개의 은행이 파산가능 명단에 올랐었다(현재는 90개).
요즘 사람들을 만나보면 공통된 점이 있다. 얼굴에 웃음이 없다. 2008년의 여름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웃음 잃은 계절’이다. 그러나 위기가 갖다 주는 귀중한 메시지가 있다. 그것은 어려움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묻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소유의 의미를 그리고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돈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깨우쳐 주게 될 것이다.
이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