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을 최근 여행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도시가 ‘괄목(刮目)’할 만큼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 어두컴컴한 국제공항이 세계 최대 규모의 화려한 터미널로 변했고 ‘새둥지’로 불리는 기발한 디자인의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야경을 수놓는 파란 큐빅 모양의 종합 수영장, 그리고 ‘ㄷ’자를 세워 놓은 것 같은 49층의 CCTV (국립중앙 방송국) 센터는 보는 사람의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뉴욕이 자유의 여신상, 파리가 에펠탑, 런던이 빅벤이라면 앞으로 북경의 상징은 CCTV센터(1만명 수용)가 될 것 같다.
시내의 대로마다 화단이 만들어져 꽃이 만발하고 거리에서는 청소부들이 빗자루를 들고 하루 종일 길을 쓸고 있다. 거리에서 가래침 뱉는 그 흔한 광경도 없어졌고(벌금 7달러) 지린내가 풍기던 관광지의 공중변소도 개선되었다. 번화가인 왕푸징 뒷골목의 왕왕탕 식당도 없어지고 거리의 걸인과 점치는 사람도 자취를 감추었다.
베이징 올림픽은 8월8일 오후 8시8분8초에 막이 오른다. 중국인들이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까닭은 8의 발음 ‘ba’가 광동어로 부유하다는 발음의 ‘fa’와 비슷해 이 숫자가 돈을 벌게 해준다고 믿은 데서 비롯되었다. 누가 마지막 성화주자인지, 개막식이 어떤 내용으로 진행 되는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수만명이 개막식 행사를 연습하고 있지만 모두 쉬쉬한다. 재미있는 것은 개막식 내용을 발설하는 자는 7년 징역에 처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도시가 올림픽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국가의 이미지도 달라진다. 올림픽은 국민을 훈련시키기 때문에 국민의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나는 아침 TV에서 영어와 외국손님을 맞이하는 친절과 매너를 강의하는 ‘올림픽 잉글리시’라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는데 유머가 없고 너무 진지해 어색했다.
문제는 중국인의 친절의 앞면과 뒷면이 다르다는 점이다. 엊그제 지하철에서 중국인 청년이 프랑스 남자를 이유 없이 구타하는 사건이 있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티베트 문제에 중국이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보이콧 하자고 유럽 국가들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친한 사람에게만 친절한 ‘중국식 친절’의 모순이다. 이들의 가슴속에는 참다운 올림픽정신이 아닌 집단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21세기의 중국’과 ‘대국 중국’을 보여 주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에서도 40개의 금메달을 따내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1위가 되어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뭘 보여주려는 욕심이 지나쳐 과시하려는 냄새를 풍긴다. 하드웨어는 그럴듯한데 소프트웨어가 약해 어딘가 콤플렉스가 보이고 세련되지 못한 인상을 풍긴다.
중국이 2008 올림픽을 가장 화려하게 치르려고 PR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 PR이 너무 화려해 지방민들에게 빈부의 차이를 느끼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는 지방에서 수만명의 인민이 쌓였던 불만을 폭발 시키면서 경찰서로 쳐들어간 사건이 있었다. 이것은 중국당국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태다. 티베트와 위글 만이 문제가 아니다. 빈부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올림픽준비를 통해 중국이 스스로 드러냈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국위를 선양하느냐 아니면 망신살이 뻗히느냐의 네거리에 서 있다. 좌우 간 여러 면에서 베이징 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대회 중 최대의 관심거리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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