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수, 박호영, 이혜진, 신요셉, 노승훈, 목우 스님….
1990년대 이래 워싱턴 한인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주요 미제 살인사건의 희생자들이다. 이중 나연수, 박호영씨 사건 등은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로 아직까지 범인의 윤곽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어 한인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 피살사건은 흉기에 의한 범행이란 점에서 범인이 한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사건 당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또 이혜진 양 피살사건의 경우 용의자를 파악, 지명수배까지 내렸으나 경찰은 7년 동안 범인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사건이 사실상 수사가 중단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1991년 8월 발생한 나연수씨(55) 피살사건은 발발 17년이 지났지만 범인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나씨는 밤 11시30분경 애난데일에 소재한 자신의 자택 겸 부동산 사무실에서 피살당한 채 발견됐다. 당시 나씨는 머리와 어깨 등을 흉기에 맞아 절명했다.
사건 후 금품이 없어지지 않은 정황 등으로 미뤄 치정이나 원한에 의한 범행에 무게가 실렸다. 특히 범인이 나씨의 가까운 가족과 관련 있는 청부살인이 아니냐는 설이 한인사회에 파다하게 나돌았다.
나씨 피살사건은 당시 그가 현직 북버지니아 한인회장이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경찰은 범인의 윤곽은 잡고 있으나 확실한 물증이 없어 수사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융자업에 종사하던 박호영씨(43)는 2001년 7월21일 새벽 클립턴의 자택 앞에서 괴한에 피습돼 중태에 빠졌다 1주일 만에 숨졌다. 당시 박씨는 둔기로 상반신을 심하게 맞은 상태였으며 특히 목덜미를 집중 가격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범행 수법이 끔찍한데다 사건장소가 자택 앞이란 점에서 계획적인 범행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왔다. 경찰은 용의자는 파악했으나 역시 물증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그해 9월6일에는 센터빌에서 이혜진 양(26)이 흉기에 사망하는 참변이 일어났다. 이 양은 이날 오후 1시경 자택에 있다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은 용의자 인근 식당에서 일해온 이남규(39세)를 용의자로 지목, 추적하고 있으나 7년째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신요셉 군(25)은 2002년 2월28일 밤 실버스프링 소재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절명했다. 경찰은 아직까지 범인의 숫자나 범행 동기, 신원에 대해 밝혀내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수사에 손을 뗀 것 아니냐는 비난을 듣고 있다.
노승훈 씨(32) 총격사건도 미제화될 가능성이 많다. 그는 지난해 1월27일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리커 스토어에서 일하다 2명의 흑인 권총강도에 의해 피습, 운명을 달리했다. 경찰은 용의자 조셉 컬필드를 체포했으나 올해 4월3일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무죄평결을 내렸다. 이에 한인사회에서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믿을 수 없다며 분개해 하고 있다.
목우 스님(본명 박두칠) 피살사건은 가장 최근인 지난 6월말 일어났다. 목우 스님은 그의 집인 훠키어 카운티의 정토사에서 등과 목 부위가 수차례 칼에 찔린 상태로 발견됐다.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경찰은 아직 용의자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범행에 조선족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이 사건 역시 결정적 단서나 제보자가 없으면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짙다.
워싱턴 한인사회에서는 “장기 미제 사건이 많을수록 치안상태에 대한 한인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재범이 발생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며 “이런 사건들이 해결되려면 수사 인력 보강은 물론 강한 수사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경찰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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