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보면, 한국 근로자들은 연평균 근로 시간이 2,305 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보다 1.3배가 많은 세계 1위로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주당 47.5 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한국인들은 여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137개국이 의무 유급 휴가를 갖고 있지만 미국도 한국도 없다. 그러므로 미국인이나 한국인은 일에 쫓겨 휴가를 갖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세계에서 최초로 유급 휴가를 노동법에 넣은 나라는 프랑스이다. 1936년 모든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예외 없이 연간 2주일의 유급 휴가를 갖도록 법을 만든 것이다. 이 조건을 쟁취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이 죽어가면서 노동 운동을 한 대가였다.
그래서 오늘날 프랑스는 연간 37일의 유급 휴가를 보장하고 있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연간 30일 이상의 유급 휴가를 주고 있다. 아직까지도 미국이 법적으로 하루도 유급 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노동법과 노동 조건에 있어서 유럽의 역사적인 우위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의 노동법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휴가를 잘 선용하여 재충전을 하고 돌아오면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인간 중심 경영으로 유명한 일본의 미라이 공업 회사는 전 직원이 정규직이며 정년이 70세이고 종신 고용제이며 연 140일의 유급 휴가를 주고 있다. 게다가 5년마다 전 직원이 외국 여행을 간다. 그래서 이 회사는 1965년 창업 이래 단 한 차례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고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다. 모든 직원이 신이 나서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것이 경영자의 의무라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은 심장병이 적어서 오래 산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유럽의 근로자들은 1년에 5주 내지 6주의 휴가를 얻어, 대개 한 달씩 여행을 떠난다. 매년 한 달씩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매년 새로 태어나는 인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비해 미국 사기업에서 일하는 미국 노동자의 1/4은 아예 유급 휴가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휴가가 전혀 없으면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쌓여도 해소할 길이 없고 지병이 생기기 쉽고 전혀 시간 여유가 없으니 생활상의 불편함이 쌓여서 죽지 못해 사는 일의 노예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근로자들은 유급 휴가가 아닌 ‘테이크 오프’, 즉 얼마 동안 일을 하지 않고 떠나면서 급료를 받지 않는 제도를 많이 취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개인 ‘휴가’를 갖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직장에서 이해를 해 주고 보내 주어야 떠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년에 몇 번 안 되는 공휴일과 연휴에만 며칠 쉴 수밖에 없어 진짜 긴 여행과 휴가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요즘같이 석유 값이 비싸지고 비행기 값 등 모든 여행비가 오르면 평소에 휴가를 가던 사람들도 휴가를 취소하거나 반으로 줄일 수밖에 없어 생활의 여유는 더욱 없어진다. 일을 더 해서 돈을 더 벌어도 생활비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직장이 영구직이고 유급 휴가를 많이 주는 곳이면 천국에서 일하는 셈으로 알고 희생적으로 직장을 위해서 일할 것이다. 일본의 미라이 공업이 아니라도 우리는 모든 직종의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일하고 인간 대접을 받으며 스트레스 해소와 에너지 재충전을 위한 유급 휴가를 1년에 최소한 2주일씩은 보장 받는 입법을 한국과 미국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때에야 모든 국민은 사람답게 일하고 사람답게 쉴 수 있는 진정한 나라의 일꾼이 될 것이다.
이연행 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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