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에 걸쳐 미국 내 대형 소매체인의 전산망에 침입해 4,100만개에 달하는 크레딧과 데빗 카드 정보를 빼내 이를 판매해 온 다국적 신분도용 범죄의 전모가 지난 5일 드러나면서 다시 한번 신분도용에 대한 한인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피해업체들이 한인 대형 의류소매체인 포에버 21을 비롯해 TJ 맥스. 마셜스, 오피스맥스, 반스&노블스 등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업체이어서 혹시 내 신상정보가 유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일 것이다.
피해자 수가 4,100만명이나 되기 때문에 이 가운데 한인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이들 업소를 이용한 한인 고객들은 반드시 카드회사와 업소의 신분도용 담당부서에 전화를 걸어 카드정보가 유출됐는지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피해 규모가 수천만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번 신분도용 범죄 전모에서 밝혀진 것처럼 본인들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도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분도용 범죄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범죄조직이 유명 소매체인 네트웍을 해킹해 개인정보를 빼내 이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고객들이 피해 상황을 바로 파악하기 힘든 것이 한인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지난해 1월에도 TJ 맥스와 마셜스의 고객 카드 사용정보가 대량으로 해킹을 당하면서 고객들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한인 은행들로 튄 사례가 있다. 당시 수년간 전국적으로 이들 업소에서 데빗카드를 사용한 적이 있는 고객들의 정보유출이 의심돼 비자 및 매스터카드사가 카드 프로세싱 업체들을 통해 전국의 은행들에 해당 고객 리스트를 통보했는데 여기에 중앙 1,300여명, 나라 1,000여명, 윌셔 300여명 등 한인은행 고객들도 포함된 적이 있다.
사실 신분도용 피해를 당해 보지 않고서는 그것이 얼마나 피해자를 귀찮게 하고 성가시게 하는 일인지 모른다. 신분도용 사실을 크레딧카드 발행 은행의 해당 부서에 알리고 이를 시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말한다.
LA 인근의 한인들이 밀집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우체통에서 우편물을 꺼내 신분도용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최근 들어 더 늘어나고 있다. 신분도용범들은 우편함에 방치된 사전 승인 신용카드 신청서, 은행 및 신용카드 명세서, 각종 페이먼트 청구서를 통해 개인정보를 얻은 뒤 타인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신용하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한 한인 스몰비즈니스 업주는 신분도용당한 카드로 누군가가 10만달러에 가까운 돈을 사용해 결국은 소송에까지 이르는 사태도 발생하는 등 신분도용과 관련된 한인들의 피해사례와 액수는 계속 증가세에 있다.
인터넷의 일상화로 앞으로 신분도용 범죄는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고 이에 따른 피해도 더욱 커질 것이다. 대형 소매체인들이 당하는 해킹으로 인한 피해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개개인이 신분도용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우편물 관리 ▲영수증 보관과 처리 ▲사용하지 않는 카드의 해지 ▲일년에 한 차례씩 신용조회 등의 자구책이 필요하다.
또한 신분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우편물은 반드시 잠겨 있는 우체통을 사용하고 필요 없는 우편물도 그 자리에서 버리지 말고 반드시 분쇄기에 넣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한인사회도 이제는 커뮤니티 차원에서 특정단체 혹은 기관을 선정해 신분도용에 대한 교육과 계몽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한인들의 신분도용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할 때다.
박흥률 부국장 겸 경제1부장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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