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성
피부관리 국제면허 소지자

냄새 (1)


살아가며 어쩔 수없이 겪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 뜻하지 않게 눈에 띄는 더러운 모양새나 어디를 쳐다보아야할지 모를 난처한 상황 같은 시각적인 불편함, 엘리베이터같이 꽉 막힌 좁은 공간에서 남에 대한 배려 없이 떠들어대는 소리를 견뎌야하는 것 같은 청각적인 괴로움, 또는 심한 입 냄새나 땀 냄새 같은 후각적인 고통 등등 그저 묵묵히 견뎌야 하는 것들이 인생에는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시각적이나 청각적인 문제는 좀 괴로워도 가급적 시선을 피하거나 신경 쓰지 않으려 애쓰면 된다고 하더라도 숨을 쉬는 이상 불쾌한 냄새를 참는 것은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직업이 그래도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시술중의 환자에게서, 또는 상담하는 과정에서 나쁜 냄새와 접하게 될 때마다 과연 본인에게 냄새에 관해서 알려주어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냄새 자체가 질병의 증상인 경우도 많이 있다. 예를 들어 간질환이 있거나 위장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이 있거나 구강에 치주염이 있을 경우 심한 구취가 난다.
또한 이런 질병의 경우 냄새가 각각 독특해서 냄새로 질병의 유무를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의 냄새는 잘 맡을 수가 없어서 본인이 심한 냄새를 풍긴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에는 알려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서너 달에 걸쳐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분이 치료 전 처치를 받으러 내원했을 때였다. 갑자기 어디에선가로부터 쉰 빨래 냄새가 퍼지기 시작해서 온 병원 안을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 샅샅이 헤매게 되었다. 혹시라도 환자가 냄새를 맡아 불평을 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냄새는 바로 그 환자에게서 났다. 무려 90분 동안 그 환자를 담당했던 동료는 마스크를 했음에도 시술 후에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다.(계속 숨을 참다보면 나중에 어지러움과 구역질을 느끼게 된다.) 또한 환자가 떠난 후에 환자가 스치고 지나간 곳곳에 퍼진 냄새를 없애기 위해 온 복도에 탈취제를 심하게 뿌려야 했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눈을 딱 감고 정면 돌파를 했다.
환자에게 냄새에 대해서 알려주고 또한 치료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만약 환자가 본인의 냄새를 스스로 맡을 수 없어 모르고 있다고 한다면 과연 그 정도의 냄새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지 걱정이 되었고 또 앞으로 적어도 한 달에 두세 번씩 병원을 찾아와야 하는데 그 냄새를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 치료라는 게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경우는 환자로 만났지만 그래도 인간적으로 가까워진 분이 있는데 이 분에게 독특한 체취가 있다. 문제는 필자가 천식을 앓고 있는 관계로 그 냄새를 맡다보면 심하게 재채기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반갑다고 가까이 달려와 껴안기도 하는 친구 같은 환자를 점점 피하게 된다.
그야말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된 것이다. 이 경우에는 오늘까지도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알려주려면 최악의 경우 인간관계가 단절될지도 모를 정도로 냄새라는 것이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냄새 빼고는 너무나 인간성도 좋고 착한 그녀를 이유 없이(그 분의 입장에서는) 피하기도 쉽지 않다. 벌써 약간 섭섭해 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말이다. 글을 쓰다 보니 또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