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세계 정상에 우뚝 선 ‘마린보이’ 박태환
(베이징=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마린보이’ 박태환이 10일 오전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utzza@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2008년 8월10일 오전 11시20분(한국시간).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이 열린 중국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는 선수 입장을 알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은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바지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바지였고 윗도리는 긴팔이었다.
하얀색 수영모에 커다란 헤드폰으로 평소 즐기는 음악을 들으며 수영장에 들어와 3번 레인 출발대 뒤에 놓여져 있는 의자에 앉은 박태환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두 손을 모았다.
긴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음악을 크게 틀었는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될 때도 박태환은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이내 금빛 물살을 가를 수영장 쪽으로 가 물을 한 모금 들이킨 그는 트레이닝복 상의를 벗고 멋진 근육을 드러냈다. 물안경을 고쳐쓰고 출발대 앞에 선 박태환은 다시 머리에 물을 수차례 뿌렸다. 긴장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이었다.
공중으로 팔을 휘저은 뒤 출발대를 두 손으로 잡고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며 간단히 몸을 푼 박태환이 드디어 출발대 위에 올랐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날 출전한 선수 8명 가운데 박태환만 유일한 반신수영복이었다. 준비 구령에 이어 버저가 울리자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물개’들은 물 속으로 일제히 뛰어들었다.
레이스 150m 지점부터 끝날 때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박태환은 가장 먼저 전광판을 바라봤다.
3분41초86. 한번도 내보지 못한 빠른 기록이었다.
박태환은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하늘로 높이 치켜들었다. 이어 큰 동작으로 박수를 한 번 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포효했다.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올림픽까지 제패하며 이 종목 최강자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강렬한 몸짓이었다.
그동안 장거리 최강자로 군림했던 그랜트 해켓(호주)은 고개를 숙였고, 박태환은 4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쳐 동메달을 목에 건 라슨 젠슨(미국)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열아홉살에 세계를 정복한 박태환은 물 밖으로 나온 뒤에도 여유를 보였다. 관중석을 바라보고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례하며 마침내 ‘장거리 자유형 황제’로 등극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min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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