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대 총장을 지낸 권영건(62)씨가 재외동포재단 새 이사장에 내정됐다 한다. 지난 5월 이구홍 이사장의 사표가 수리된 후 우여곡절 끝이다.
재단의 새 수장이 3개월 만에 정해졌지만 재외동포 입장에서는 반가움 보다 불길한 생각이 앞선다.
우선 권 내정자가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 합당한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안동대 총장, 경일학원 이사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그의 이력은 권 내정자가 일생 교육계에 몸담아온 인물임을 보여준다. 교육자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겼는지는 모르지만 재외동포 문제에 대해 그가 고민하고 연구하고 경험을 쌓은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전문성 없는 그가 재단 이사장에 내정된 이유는 한 가지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민연대’의 상임의장이란 타이틀이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운 외곽지원 단체다.
상식적으로 보면 선거 공신 중의 한명을 재단 이사장에 앉히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입만 열면 떠들어 대던 ‘코드 인사’ 보다 더한 ‘캠프 인사’라 할 수 있다.
700만 재외동포들을 전담하는 이사장에 동포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문외한을 임명한다는 건 납득하기 힘든 조치다. 재단 이사장이 한국에서는 인기 없는 보직일지 모르나 재외동포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공신’인 권 내정자의 입장에서도 끗발 없는 이 자리가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 앞서 이사장에 내정됐던 최규철 동아일보 전 편집국장도 격이 안 맞는다며 자진사퇴했다는 후문이다. 권 내정자가 마뜩찮을 이 자리에서 재외동포들을 위해 열성을 다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불길함은 임명의 시간표에서도 드러난다. 이구홍 이사장의 사표가 수리된 건 5월말이지만 그는 MB 정부 출범 직후 사표를 냈다. 재단 이사장직을 근 6개월 비워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재외동포재단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 이 시간표는 말해주고 있다. 저들에는 재단이 근 반년씩이나 수장을 비워두어도 괜찮은 정부기관, 선거 공신들의 나눠먹기 자리에 불과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단행될 재단의 ‘실용인사’는 동포들 입장에서는 불길함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내내 재외동포들에 대한 홀대와 무관심으로 채워지지 않을 지 심히 우려스럽다.
재단의 2인자인 사업이사에도 MB 캠프 인사가 내정됐다니 불안감은 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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