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규모의 불법담배 밀매와 소셜 카드 위조사용 등의 혐의로 한인이 총 27명이나 기소됐다. 그것도 워싱턴 한인 타운의 심장과도 같은 애난데일에서 범죄행위가 자행돼왔다니 동포사회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일이다.
한인사회의 비리와 범죄현상이 선량한 삶을 사는 한인들을 더럽히고 참담하게 만든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고질적인 한국병 한탕주의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좀 더 많이, 좀 더 빨리 이민의 꿈을 성취하려는 태도는 진작 버렸어야 할 고질적인 한국병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추한 모습의 한국병을 털어내지 않는 한 코리안 아메리칸의 앞길은 어둡고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대접을 받는 법이다. 타민족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민생활에서 한탕주의와 부정한 방법으로 이민의 꿈을 성취하려는 행태는 결국 미국주류사회와 타민족으로부터 한인들은 정직하지 않다는 편견을 갖게 되고 나아가 2세들의 장래에도 타격을 주게 된다.

■정직하고 근면한 이민생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경기침체에 접어들어 실업자가 늘어나고 생산 활동은 위축돼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부실대출로 금융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워져 허리띠를 졸라 매야하는 것이다.
정직하게 근면한 태도로 이민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불경기의 깊은 골짜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불안하고 지친 방황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들 생존의 틀이 흔들리고 그 여파가 정신의 바탕까지 금가게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불경기로 인한 초조와 고통 앞에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에 좌절을 느끼지만 용기를 주고 나누는 일이야 말로 역경을 헤치는 가장 소중한 힘이다.
우리는 불경기의 늪을 나와 새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불경기를 통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경쟁의 불합리성과 짧은 안목을 인정하고 삶을 새롭게 보는 반성과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들의 모습 돌아봐야
피곤하고 지친 심신을 향해 자기반성을 말하는 것만큼 섭섭하고 노여운 일도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얼굴을 진지하게 돌아다 볼 때이다.
우리는 우리의 본래 모습인 정직하고 근면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실로 부끄러운 유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들 의식과 마음속에 가득찬 허세와 돈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는 한탕주의를 도려내고 새롭고 청신한 새 의식을 심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한다. 우리는 탁하고 속된 삶을 정화 시키고 고뇌와 번민을 통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물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과 뿌리를 같이 한다.
담담한 모습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을 서둘러 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