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피해자들 수만달러 날리고 불체자 신세 전락
투자금액 받은후 수속 차일피일 수법
“제도적 보호장치 없어 조심할 수밖에”
“이거 같은 한인을 이렇게 등쳐도 되는 겁니까? 제 신세도 딱하지만 다른 피해자가 더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제보합니다.”
본보로 전화를 걸어온 조 모씨는 “나이도 제법 들고 자식들도 컸는데 이런 사기를 당하고 나니 허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투자 이민 기회를 준다는 광고를 보고 멀리 노스 캐롤라이나까지 내려갔는데 몇 만 달러의 거액을 뜯기고 지금은 불체자 신세가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조 씨가 당한 어이없는 스토리의 대강은 이렇다.
지난 해 겨울 광고를 보고 전화를 한 게 화근이 됐다.
‘투자 비자 관심 있으신 분. 4만불 투자하여 전 가족 법적으로 변호사 선임하여 2년 안에 투자 금액 전액 돌려받을 수 있음. 절대 거짓 없고 사실임. 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광고를 한 사람은 세탁업자였다. 소위 ‘E-2’ 비자를 받을 사람을 찾는 광고였다. 좋은 이민 기회다 싶어 내려갔다. 그리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투자금을 받은 세탁업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본색을 드러냈다. 우선 첫 달부터 봉급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6개월 치를 못받았다. E-2 비자 수속도 제대로 될 리 없었고 지금은 결국 불체자가 돼버렸다.
현재 워싱턴에 올라와 있는 그는 “여행자로 와있다 신분 변경을 하는 사람의 약점을 이용하는 전형적인 투자 미끼 사기에 당했다”며 “1만달러 체크 3장을 받아놨지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했다.
뒷조사를 해본 결과 그 세탁업자에게 당한 사람은 조씨 만이 아니었다. 신문은 물론 인터넷 등 여러 경로로 한국에서 직접 투자 희망자를 모은 그는 비슷한 방법으로 이미 5-6명의 한인들에게 피해를 준 상태였다. 그 중에는 어려움에 처한 유학생을 속여 한국에서 몇 만 달러를 부치게 한 후 가로챈 경우도 있었다. 자신이 파악한 사람들의 피해 액수만도 30만달러에 가까울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 조씨는 그 세탁업주가 곧 가게를 팔고 다른 곳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에 착잡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기에 대해 “약자의 입장에 있는 투자 이민 희망자들이 조심, 또 조심 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고 있다. 아직 제도적으로 투자 이민자들을 보호할 장치가 없다는 설명이다.
전종준 변호사는 “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많은 한인들이 E-2 비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들을 노리는 사기범들 또한 극성”이라며 “고용주의 말만 덥썩 믿지 말고 회계사 등 전문가를 고용해 꼼꼼히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소위 고용주, 융자업체, 변호사 등이 함께 손을 잡고 수속을 하는 ‘패키지’ 서비스. 편리한 점이 있을 것 같지만 서로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정작 고객만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투자 이민 사기범들은 심지어 한국까지 가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전문가로 위장하는 수법을 서슴치 않고 있어 어수룩한(?) 한인들만 피해를 보기 십상이다.
전 변호사는 “정상적인 방법을 밟아도 고용주의 비즈니스가 부실해 피해를 볼 수 있는 경우도 흔치 않다”며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 투자자가 결국 모험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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