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베이징 올림픽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이제 전 세계인의 눈과 귀는 오는 11월4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으로 향하고 있다. 올해 미 대선은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한 요소가 곳곳에 깔려 있어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 여부를 떠나 진행과정 및 결과에 모든 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노련한 70대 백인 후보와 40대 흑백 혼혈 후보 간의 대통령 자리를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 외교·안보통인 60대 백인 남성과 40대 초선 백인 여성 주지사 간의 2인자 성대결에 미국은 열광하고 있다.
4년마다 실시되는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 정치라는 게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외된 계층의 대변자임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미 역사상 최초로 흑백 혼혈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자 공화당도 이에 질세라 약관 44세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 맞불을 놓았다.
두 달 후 어느 당이 집권하든 미국은 사상 최초로 흑백 혼혈 대통령 또는 여성 부통령 시대를 맞이하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가장 추운 주의 가장 뜨거운 주지사’로 홈스테이트인 알래스카주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새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갑작스럽지만 화려한 등장으로 미 대선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일천한 경륜 때문에 “대통령 유고 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며 민주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지만 연일 뉴스 메이커로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미인대회 입상경력을 가진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인데다 2006년 주지사 출마 당시 정치부패 청산을 모토로 내걸었고 다운증후군 환자인 막내를 비롯한 5자녀를 둔 엄마이다. 또 자신은 아이다호주 태생 백인이지만 에스키모 핏줄의 스노모빌 경주선수인 남편을 두었다.
이것들도 모자라 노동절인 지난 1일에는 17세난 딸 브리스톨이 임신 5개월째라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공개해 관심권에서 멀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 미국은 안팎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주택차압 사태가 속출하고 많은 시민들이 급전이 필요해 환갑이 될 때까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직장 401(k) 계좌를 깨는 일도 허다하다.
가구당 크레딧카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아이들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 불가피한 사교육비 부담도 한국 못지않다. 고유가, 고물가에 빈부 격차는 갈수록 심화돼 서민들의 생활은 짓눌리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 위한 개개인간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살벌하다.
정말로 살기 힘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 뿐인가. 테러와의 전쟁, 민주주의 수호 등을 명분으로 발을 들여놓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선 아직도 꽃다운 나이의 병사들이 일주일이 멀다하고 적의 총탄과 폭탄에 쓰러져가고 있다. 구소련 붕괴 후 급속도로 덩치가 커진 중국은 어느 새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 화려했던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미국인들은 작금의 난국을 타개할 능력 있고 진실한 지도자의 등장을 간절히 바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향후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일에 적극 동참하자. 공화당도 좋고, 민주당도 좋다.
‘나의 소중한 한 표가 국가의 미래를 바꾼다’는 신념으로 선거 날 투표소로 향하자. 미국에서 30년을 거주한 한 한인 올드타이머는 “캠페인 기간에는 치고받고 싸우지만 선거가 끝나면 한마음 한뜻으로 ‘미국의 영광’을 위해 힘을 합치는 미국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며 미국의 미래를 낙관했다.
올 가을 이 거대한 ‘미국호’의 선장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11월4일이 몹시 기다려진다.
구성훈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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