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병·홀몸 자녀 부양·실직 등으로 생계 힘들어
한인사회가 크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그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밝혀져, 한인사회의 관심과 온정이 절실하다.
지난 달 메릴랜드한인여성골프협회(회장 남명자)가 골프대회를 통해 기금을 모아 어려운 동포를 돕기 위해 대상자를 모집한 결과 응모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3가정에서 신청이 들어왔다.
신청자들의 사연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외면하기 힘들만큼 딱했다. 모친이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데다 부친은 아내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포기해 생계가 막막한 형제, 어릴 때 강도의 총에 부친을 잃은 뒤 모친이 주말까지 일하며 자녀를 부양한 덕에 대학에 진학한 여대생, 혼자서 생계를 꾸려가는 모친이 유방암 등 잇달아 건강 문제가 닥치자 주말 파트 타임 일을 시작한 남매는 심사위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는 후문, 또 영주권 사기를 당해 생활이 당장 어렵지만 정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 주부, 심한 당뇨로 고생하며 5남매를 키우는 여성, 치매에 걸린 80대 친정엄마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혼자서 3자녀를 키우는 엄마, 가게와 직장을 갑자기 잃은데다 자궁근종으로 하루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나 보험도 없고 집은 차압 상태이며 전 가족이 소득이 없는 여성 등 홀몸으로 자녀를 교육시키면서 건강 등의 고통도 함께 감내하는 삼·사중고의 여성들도 많았다. 교통사고로 부친을 잃은 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돕는 고교생, 신장 이상으로 2년째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을 해야하는 버지니아 거주 30대 남성, 모친 혼자 꾸려가는 생계를 돕기 위해 다운타운 식당에서 밤에 일하며 낮에 학교 다니는 여대생 등 작은 온정에도 큰 격려와 위안을 받을 대상자들은 이어졌다.
신청자들의 처지가 절절해 여성골프협회 임원들과 심사위원들의 고민도 깊었다. 결국 여성골프협은 이번 선정에 포함되지 못한 대상자들에게도 추가로 돈을 모아 전해주거나, 학생의 경우 한인 장학재단에 추천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건의하기로 했다.
한 심사위원은 “신청자들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역경을 헤쳐나가는 삶을 살고 있어 본인보다 주위의 추천이 많았다”며 “한인사회가 이제 경제적으로도 자리를 잡은 만큼 이들에 대한 사랑을 보일 때”라고 말했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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