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가장 대표적인 영화 축제인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 주최 ‘46회 뉴욕 국제 필름 페스티벌(NYIFF)’이 홍상수 감독의 최근작 ‘밤과 낮’을 비롯, 28개 장편 영화가 공식 상영작(메인 슬레이트)으로 선정된 가운데 26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열린다. 이번 영화제는 메인 스레이트, 스페셜 이벤트, HBO 필름 다이알로그, 아방 가르드, 오시마 나기사 회고전 5개 부분에 걸쳐 지그프리드 극장, 월터 리드 극장 등 4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메인 슬레이트 프로그램 중에는 이번달 열렸던 제65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레슬러’가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다. 80년대의 꽃미남 스타였던 미키 루크가 여러 차례의 성형수술과 재활운동으로 역경을 딛고 이 작품으로 화려하게 컴백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제 레슬러인 ‘랜디 더 램 로빈슨’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스포츠를 다룬 영화는 작품성이 약하다는 영화계의 선입견을 깨고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작품으로 호평 받으며 벌써부터 내년 2월 아카데미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8번째 장편으로 베를린 영화제에 선보였던 ‘밤과 낮’은 전작인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의 파리 버전으로도 볼 수 있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고 파리에 잠시 도피중인 화가 주인공이 현지에서 만난 여자 유학생과 관계를 다룬 영화로 일상과 남녀 관계의 통속성을 집요하게 다뤄온 감독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무심한 시선이 여전하다.
‘트래픽’과 ‘에린 브로코비치’의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한 ‘체’는 남미 사회주의 혁명의 영웅이며 현재까지 팝 아이콘이 되고 있는 ‘체 게바라’의 일생을 다룬 영화로 제작 전부터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베네치오 델 토로가 주연을 맡았고 올해 칸 국제 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아 예상대로 평단과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5월의 칸 영화제 이후 첫 상영이기 때문에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이외에도 중국 6세대 감독의 선두주자인 지아 장커 감독의 ‘24시티’, 왕가위 감독의 ‘시간의 재(Ashes of the Time Redux)’ , 개막작인 로렌 카네 감독의 프랑스 영화 ‘클래스’, 영국의 작가주의 거장 마이크 리 감독의 ‘해피 고 럭키’ 등이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르노프스키, 왕가위, 지아 장커 감독 등은 ‘HBO 다이알로그’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스페셜 이벤트와 아방가르드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상업 영화와 선을 긋는 순수 예술영화와 실험 영화, 고전 영화 들을 만날 수 있고 필름 비평의 위기에 대해 평론가들이 직접 참여해 토론하는 행사를 비롯해 심도 있는 영화 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60~70년대 가장 논란이 된 작품을 만들었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회고전을 놓칠 수 없다. 오시마 감독의 대표작인 ‘관능의 제국 (Realm of senses)’은 실제 정사 장면을 촬영한 파격적인 정사신으로도 유명하지만 군국주의 시대 일본인들의 황폐한 정신세계를 그린 실존주의적인 작품으로 이른바 ‘성 정치학’의 대표적인 텍스트로 자주 꼽히고 있다. 일정 및 티켓 안내: www. filmlinc.com
■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이종욱 감독
뚜렷한 플롯없는 영화 첫 작품으론 모험 감수
뉴욕의 신인 이종욱 감독(사진)의 첫 장편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Rose Have Throns)’가 ‘뉴욕국제독립비디오 & 필름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25일 8시 빌리지이스트 극장(12 St. 2 Ave.)에서 상영한다.
이 영화는 뉴욕에 살고 있는 4명의 아시안 친구들이 자신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랑의 이야기를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에 온 지 3년된 부산 사나이 제이와 그의 한국계 백인 여자친구 레이첼, 그리고 그녀의 프로필 사진 작업을 자청한 일본계 백인 남자 브랜든, 또 그의 여자친구 일본계 카오루 등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뚜렷한 플롯이 없이 서로 엮이는 영화다.
흔히 상업 영화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뚜렷한 스토리가 없는 영화를 데뷔작으로 만드는 것은 신인으로서는 일종의 모험을 감수한 선택이다. 이종욱 감독은 “사람들은 영화를 재미가 있는 지 여부로 평가하고 혹은 교훈, 메시지, 사회 이슈 등을 주요 평가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며 “시놉시스라고 불리는 몇 줄로 요약되는 작품 의도가 과연 예술 행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고민 끝에 조금 다른 형식의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타란티노 감독의 대성공으로 90년대 이후 독립영화의 개념은 ‘천만달러 이상의 제작비에 최소한 할리웃 조연급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로까지 됐지만 이 감독과 스텝들, 프로듀서는 철저히 ‘자체 경비 조달, 무보수 봉사’라는 원래의 독립 정신으로 영화를 제작했고 배급도 스스로 활로를 찾고 있다. 필름과 현상 비용이 필요 없는 ‘디지털 비디오/ 퍼스널 컴퓨터 편집 시대’의 또 다른 장편영화 제작 성공담으로 불릴 만하다.
20세에 미국에 온 이 감독은 커네티컷 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MBA 코스를 밟다가 영화로 진로를 바꿔 뉴욕필름아카데미와 뉴스쿨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2002년 이후 20여편의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에서 조감독, 촬영감독 등을 맡았고 10여 편의 단편 영화를 제작해왔다.
<박원영 기자> w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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