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행인이 시애틀에 있는 WAMU 은행 벽에 그려진 ‘1923년 은행의 날’을 기념하는 벽화 앞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주 JP 모건에 인수된 워싱턴 뮤추얼(WAMU)은 지난 26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위한 ‘챕터 11’(Chapter 11)을 신청했다.
구제금융법안 부결 월가 ‘살생부’나돌아
연방 하원이 29일 7,000억달러를 투입할 구제금융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금융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감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미 시티그룹에 넘어간 와코비아에 이어 ‘다음 차례는 어디’라는 살생부가 나돌고 있고 금융시장에서는 안전 자산에만 투자하고 자금거래는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극심한 ‘몸 사리기’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유럽의 은행과 모기지 업체들도 유동성 위기로 국유화 또는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전락하는 등 월가의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구제금융안의 의회통과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대형 금융회사들의 줄도산이나 인수·합병(M&A) 사태가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금거래 뚝 끊기고 극심한 몸 사리기
의회 승인 늦을수록 연쇄도산 가능성
◇ 다음은 누구 순서냐…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전날 미 의회가 구제금융안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은행의 위기 소식과 와코비아의 매각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한때 70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폭락장세가 연출됐다.
구제금융안의 의회 처리는 아직 불투명한 반면 금융시장에 떨어진 불씨는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화재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달리 그동안 정부의 구제금융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던 유럽에서도 구제금융을 받는 은행이 출현했다는 것은 그만큼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시급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위기의 불길은 유럽으로만 옮아붙은 게 아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오하이오주 소재 지역은행인 내셔널시티의 주가가 폭락해 반 토막이 났다. 금융권에서 신용경색의 위기가 확산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지역은행이 합병 파트너가 필요한지에 대한 추정과 분석이 나돌기 시작했다.
◇ 대책 늦으면 줄도산
미 의회의 구제금융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커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구제금융안의 주요 내용은 이미 공개돼 새로울 것이 없지만, 7,000억달러를 투입해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을 정리해 주는 미 정부 구제금융안은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한 불씨를 근본 원인부터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됐었다.
현재 금융시장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연계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점이나 각국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개별 부실 금융기관의 처리에 나서고 있는 점들도 시장에서 아무런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현재 시장이 기대볼 방안은 미 의회에 상정된 구제금융안 밖에 없는 상황이며, 구제금융안의 처리가 늦어질수록 시장의 위기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 부시 대통령과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후보를 비롯한 미 정치권 지도부가 백악관에 모여 이견만 확인하고 미 의회가 구제금융안 처리를 놓고 갑론을박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워싱턴뮤추얼(와무)이 JP모건 체이스에 넘어가고 시티그룹은 와코비아를 인수하는 등 금융회사의 도산은 계속 이어졌다.
만일 미 의회가 구제금융안의 처리를 지연시킬 경우 대형 금융기관들의 연쇄 도산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시장의 신용경색이 극심한 상황 속에서는 미스매치 등 일시적인 자금난만 발생해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생사의 기로로 내몰리는 것이 금융시장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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