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안 통과돼도 신용경색은 당분간 지속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김지훈 특파원 = 은행에서 돈 빌리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고 가격 상승을 기대하면서 매입한 집 가격은 끝도 없이 떨어지고...
미국 월가에서 유명한 대형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넘어가는 금융위기가 소비자들에겐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이런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의 최대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을 들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택 가격의 하락세는 그칠 줄 모르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자금을 융통할 유일한 창구인 금융기관들은 극심한 몸 사리기 속에 대출을 꺼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 소비자가 신용경색 타격 가장 커
기업들은 자금조달 수단으로 은행 대출 외에 회사채 발행이나 증자 등 비교적 다양한 대안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런 방법들도 신용경색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그래도 사용해볼 만한 다른 방법이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은행들이 자금대출을 꺼리는 신용경색이 확산돼도 일단 높은 금리를 물고 급전을 융통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정규 소득 외에 자금을 조달할 방법은 은행 대출과 신용카드가 유일하다.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가 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기준을 강화하면 자금을 조달할 대안이 없다.
소비자가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 쓸 돈이 없어 지출이 줄게 되고 소비자 지출이 줄면 기업 매출도 감소해 결국 경제 전반에 걸쳐 타격을 주게 된다.
미국 경제 성장의 약 3분의 2가량을 소비자 지출이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 지출 둔화는 결국 경기 침체를 가속할 뿐이다.
인베스터스 데일리에지 뉴스레터의 시장분석가인 릭 펜더그래프트는 소비자들은 당장 쓸 게 없다면서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한 경기 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NBC 방송은 미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켜도 신용경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런 신용경색이 산업 전반에 도미노 효과를 가져오고 결국 소비자들이 더욱 돈을 빌리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집값 날개 없는 추락
30일(현지시간) 발표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미 20대 도시의 7월 집값은 1년 전보다 16.3% 떨어져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7월 집값 하락률은 6월의 하락률 15.9%도 넘어섰다. 전달보다는 0.9% 떨어져 6월의 0.6% 하락률보다 커졌다.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는 작년 1월 이후 매달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달보다 주택가격이 하락한 도시는 13개에 달해 6월의 11개보다 많아졌고 1년 전과 비교하면 20대 도시 집값이 모두 내려갔다. 라스베이거스는 30%, 피닉스는 29%나 내렸다.
월가에서 신뢰성이 높은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 외에도 최근 발표된 주택관련 다른 지표들도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지난 24일 발표한 8월 기존주택판매(계절 조정치)는 연율 491만채로 전월의 502만채에 비해 2.2% 감소했다.
주택가격(중간값)도 20만3천100만달러로 1년 전의 22만4천400달러에 비해 9.5% 하락했다.
23일 미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이 발표한 7월 주택구매가격도 1년 전보다 5.3%(계절 조정치) 하락했다. 전달인 6월보다는 0.6% 떨어졌다.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는 주택가격을 떨어뜨려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는 모기지 부실과 주택압류 사태를 불러와 금융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고 이에 따른 소비위축 등으로 경기침체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신용경색은 사상 최악
영국은행연합회(BBA)는 30일(현지시간) 자금시장에서 하루짜리 달러자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달러 리보)가 4.31%포인트 급등한 6.88%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주일 전만 해도 달러 리보는 2.95% 수준에 불과했다.
은행간 유로화 대출금리(유리보)는 1개월짜리가 5.05%로 역시 최고치로 치솟았다.
전날 7천억달러를 투입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털어주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구제금융안을 미 의회가 부결시킴에 따라 신용 불안이 확산되면서 사실상 자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의 은행과 모기지은행들이 연달아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거나 인수.합병(M&A) 대상으로 내몰리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까지 확산되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더구나 리보는 최근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계 각국의 국제 금융거래에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도 국제자금거래에서 리보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리보가 올라가면 이들이 물어야 하는 자금조달비용도 높아져 자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공산이 크다.
영국 RBS의 이코노미스트인 가레스 클라스는 유동성 공급이 단기적인 처방은 될 수 있지만 자본 부족에 시달리는 은행시스템에 대한 처방책은 아니다라면서 금융여건의 급속한 악화가 지속되면 경제에 매우 어려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june@yna.co.kr
hoon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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