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性.세대간 極과 極 대결
두 후보, 유세 중단하고 토론준비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참신성이냐, 노련함이냐.
공화당 새라 페일린, 민주당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가 내달 2일 TV토론에서 진검승부를 가린다.
세 차례 토론을 갖는 대통령 후보들과 달리 이번 부통령후보 TV토론은 단 한차례만 열릴 뿐만아니라 두 후보가 극과극의 대조를 이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 토론은 지난 1984년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 남성-여성 후보간 토론이다.
또 알래스카 주지사인 페일린은 올해 44세 여성으로 중앙 정치무대 경험이 없는 `젊은 보수’인 반면에 대권에 두 번 도전한 바 있는 외교안보통 바이든은 상원 6선의원의 관록을 자랑하는 노련한 자유주의자다.
때문에 과거 대부분의 부통령 후보간 TV토론은 유권자들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 것과 달리 이번 TV토론은 대통령 후보간 토론보다도 더 많은 관심을 받으며 `대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부통령 후보 TV토론이 5주도 채 남지 않은 이번 대선 판도의 대세를 좌우할 중대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중대성을 의식한 듯 이 날부터 두 후보는 유세를 중단하고 TV토론 준비에 올인했다.
◇`페일린 돌풍’이냐, `페일린 허풍’이냐 건곤일척의 시험대 = 이번 토론에서 관심의 대상은 단연 페일린이다. 페일린을 위한 토론이 될 수도, 부통령 후보 페일린을 결정적으로 파멸시키는 토론이 될 수도 있다.
지난 8월29일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페일린은 이번 토론을 통해 과연 부통령이 될 자질이 있는 지 본격적이고 철저한 검증을 받게 된다.
부통령 후보 페일린으로선 정치적으로 가장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되는 것이다.
낙태를 반대하고 총기협회 평생회원인 페일린은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공화당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에게 지지율 경쟁에서 뒤지던 공화당 존 매케인에게 역전의 짜릿한 맛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사태가 터지면서 `페일린 효과’는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페일린이 언론 노출을 지나치게 꺼려 부통령 후보로서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자질론 시비가 일었고, 지금까지 3차례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문서답을 하기도 해 이런 의혹을 증폭시켰다. 또 각종 스캔들이 잇따라 터져나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페일린 허풍’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심지어 일부 보수주의 성향 언론인들은 페일린에게 부통령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페일린은 전날 오하이오주에서 매케인과 유세를 벌인 뒤 유세를 일단 중단하고 애리조나주 매케인의 목장으로 날아가 토론준비에 전념했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페일린이 `신병훈련소’에 입소했다고 비유했고, `벼락치기 시험공부’라는 표현도 나왔다.
페일린이 토론에서 바이든을 상대로 `KO승’을 거둘 경우 매케인-페일린카드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페일린이 토론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단순한 토론 패배가 뿐만아니라 매케인의 정치적 판단력에도 엄청난 타격을 줘 지지율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매케인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말실수’ 많은 바이든 선방할까 = 달변이고 정치적 경험이 풍부한 민주당 바이든 후보도 이번 토론이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상대가 정치신인인 만큼 바이든으로선 토론을 잘해봐야 본전이다.
또 경우에 따라선 아직 여론의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페일린이 `준비된 부통령감’으로 부각되는 데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또 바이든은 언변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말실수를 많이 하는 대표적인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장광설(長廣舌)을 늘어놓는다는 비판도 있다.
공화당전국위원회는 이런 바이든을 공격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바이든 말실수 시계’라는 별도의 창을 마련해 놓고 있을 정도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도 선거유세를 중단하고 TV토론을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나섰다.
민주당 진영은 일단 바이든에게 새로운 스타일을 요구하기보다 원래 스타일대로 토론에 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의 대변인인 데이비드 웨이드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러닝메이트에게 어떤 것을 못하도록 하는 선거운동과 달리 우리는 바이든이 그의 스타일대로 연설하도록 내버려둘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보좌관이었던 키키 매클린은 바이든의 말실수는 바이든을 인간적으로 만드는 순간들이라며 나름대로 매력적인 면도 있음을 강조했다.
bingsoo@yna.co.kr
(끝)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