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이 새라 페일린을 자신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하자 기자가 페일린의 시어머니에게 쫓아가 “새라는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시어머니인 페이 여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뭐 공화당원이죠. 그리고 여자구요. 나는 오바마에게 관심이 많아요”라고 대답했다.
며느리가 알래스카 주지사이고 공화당 부통령후보로 지명되었으면 집안의 경사다. 시어머니가 기자에게 며느리 자랑을 침이 마르도록 해야 할텐데 오히려 민주당의 오바마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의 감정이 악화된 것은 페일린이 와실라 시장 자리에서 물러날 때 후임자 결정을 둘러싸고 감정이 폭발했었기 때문이다. 후임 시장직에 시어머니인 페이 여사가 입후보 했었는데 페일린은 시어머니를 지지하지 않고 자신의 참모를 밀어 결국 시어머니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한이 맺힌 시어머니가 페일린을 곱게 볼 리가 없다.
이 에피소드는 미 공화당의 부통령후보인 페일린이 어떤 타입인가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한마디로 말해 ‘한다면 하는 성격’이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는 시어머니와도 맞붙는 소신파다. 그러나 그 소신이 너무 우향우로 쏠려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보통 여성이 아니다. 페일린은 극우성격을 지닌 NRA(미전국총기협회)의 열렬한 멤버다. 그는 지난 6월 어느 신학교 졸업생을 위한 축사에서 “신의 뜻을 받들어 전쟁터에 나가있는 군인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이 전쟁은) 신의 뜻이기 때문에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 겁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미국의 많은 극우파 기독교인들이 이라크전쟁을 제2의 십자군전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페일린도 그중의 한사람인 것 같다.
원래 대통령후보가 부통령 러닝메이트를 고를 때는 어느 지역의 표를 얻기 위해서다. 대통령후보가 동부 출신이면 부통령후보는 남부나 서부에서 선택한다. 보스턴 출신인 케네디가 텍사스 출신인 린든 존슨을 싫어하면서도 선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매케인은 표와는 관계없이 알래스카의 주지사를 선택했다. 민주당이면 몰라도 공화당에서 여성 부통령후보를 낸다는 것은 아무도 상상 못했던 깜짝 쇼다. 오바마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맞불 작전이고, 자신의 고령문제에 초점이 쏠리는 것을 피하고,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극우 보수파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 유고시 부통령이 백악관을 계승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페일린이 과연 미국 대통령 재목이 될 수 있을까. 부통령의 대통령 승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루즈벨트가 그렇게 갑자기 쓰러질 줄 누가 알았으며 케네디가 암살 당할 줄은 누가 상상 했겠는가. 닉슨의 돌연한 사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뒤를 이은 트루먼, 존슨, 포드 등은 그런대로 괜찮은 인물들이었으며 트루먼은 훌륭한 대통령 서열에 올라 있다.
모두 입을 다물고 있지만 오바마에 대한 암살위협이나 매케인의 고령 때문에 유권자들은 “만약에...”를 한번쯤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새라 페일린 대통령? 그건 아니올시다의 이미지다. 알래스카 주지사로는 몰라도 부통령으로는 이미지가 너무나 약하다.
이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