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비만 날로 심각…
콜레스테롤 섭취 수십년 새 2배 증가
시골구석까지 아이스크림 가게 즐비
부모세대보다 수명 짧아지는 추세
<카스텔리, 그리스> 소아과 전문의인 미칼리스 스타고라스키 박사는 이곳에서 개업한 지난 3년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목격해 왔다. 아동기의 흔한 코감기와 위통 같은 질환보다 한층 더 심각한 상태, 즉 고혈압, 높은 콜레스트롤, 당뇨 등이 아이들 사이에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식습관의 변화가 비만과 관련 질병들을 초래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올리브 오일과 신선한 야채, 그리고 생선을 중심으로 한 건강 식단 지중해 다이엇의 발생지인 크레타 섬 서부의 카스텔리 같은 작은 마을들이 이제는 초컬릿과 아이스크림 가게, 피자 가게, 소다 머신, 그리고 패스트푸드 체인점들로 넘쳐나고 있다. 장수와 낮은 심장질환 및 암 발병율 과 관련된 지중해 다이엇이 발생지에서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중해 다이엇을 이제는 뉴욕이나 런던의 고급식당에서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아동들의 3분의2가 비만인 그리스 같은 곳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스타고라스키박사는 “이곳은 사람들이 100세까지 살면서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보이던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 세대보다 오히려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개탄한다. 이런 우려는 올 여름 발표된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이지역의 지중해 다이엇이 소멸 상태로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거의 완전한 다이엇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식습관을 보건대 높은 평가를 받아온 다이엇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하나의 개념에 불과할 뿐”이라고 보고서 작성자인 조셉 슈미트휴버는 밝혔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모로코 같은 국가들은 유네스코에 지중해 다이엇을 세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다이엇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소멸 위기에 처해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이엇이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심각한 여파는 사람들의 건강과 허리둘레에서 확인된다. 그리스인들의 하루 평균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400밀리그램을 넘어섰다. 지난 1963년의 190밀리그램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그리스 정부는 시골마을 학교들을 방문해 아이들의 체중을 재고 영양에 대한 강연을 실시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지중해 다이엇에 관한 내용도 있다.
그러나 쉬운 싸움이 아니다, 올 봄 인구 3,000의 이 한적한 마을 초등학교에서 실시된 콜레스테롤 검사에서 절반 이상의 아동들이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부형은 “화제는 단연 콜레스테롤이다. 학부모들은 성적이 아니라 콜레스테롤 수치를 서로 비교한다”고 들려준다.
그리스에서는 성인중 4분의3이 과체중이나 비만이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유럽에서 최악의 수치라고 유엔은 밝혔다. 12세 이상 인구 중 과체중 비율은 지난 1982년부터 2002년 사이에 200%가 늘었다. 이후에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인의 50% 이상이 과체중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45%와 비교된다. 미국에서는 20세 이상 인구 중 66%가 과체중이며 2세에서 19세 사이 인구 중에는 31.9%가 그렇다.
그리스에서는 특히 비만 아동의 증가세가 놀라울 정도라고 부모들과 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아이들의 식단은 우리 때와 너무 다르다. 우리들은 염소 우유, 빵과 꿀을 먹고 자랐다”고 40세의 술라 스파키아나키스는 회상한다. 그녀의 9살 난 건장한 아들 바실리스는 방금 먹은 아이스크림을 얼굴이 가득 묻힌 채 자기는 아침으로는 콘플레이크가 좋고 저녁식사로는 스테이크나 마카로니 앤 치즈가 좋다고 말한다.
아테네 의대 교수인 안토니아 트리코풀루 박사는 수퍼마켓과 편의 식품 확산으로 문제가 더욱 심각해 졌다고 말한다. “지난 5년간 상황이 정말 악화됐다. 아이들은 너무 무거워졌으며 마켓들의 압력에 부모들과 학교들이 저항을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한다. 아이들을 겨냥한 광고들이 그리스를 전력으로 공격하고 있다. TV에는 과자 광고들이 넘쳐나고 수퍼마켓은 사탕진열대가 즐비하다. 지난해 코카콜라는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연극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렇듯 편의 식품 마케팅이 거세지고 비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시골마을 주민들은 이런 위험에 제대로 저항을 못하고 그럴만한 지식도 없다.
금년 44세의 디미트리스 루카키스는 이런 추세를 우려해 최근 전통작물을 직접 기르기로 하고 농장을 구입했다. 루카키스 부부가 해변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동안 피둥피둥한 9세 된 딸 마리아는 시금치 파이를 깔짝거리면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있다. “나는 다이엇 중이에요. 덜 먹어야 해요.” 마리아는 샐쭉거리며 말했다. 아버지가 끼어들면서 “아이가 설탕을 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전처럼 먹는다면 우리 모두는 미국인들처럼 될 것이다. 그것을 원하지않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지중해 다이엇
지중해 다이엇은 낮은 포화지방과 높은 플라보노이드 식단으로 대변된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 그리고 도정되지 않은 곡물, 요리할 때와 맛을 낼 때 넣는 올리브 오일, 약간의 와인 등은 매일 섭취하고 생선과 견과류, 가금류, 달걀, 치즈는 주 단위로 섭취한다. 또 붉은 고기와 정제된 설탕 혹은 밀가루, 버터와 다른 오일들 혹은 지방은 아주 안 먹지는 않아도 간혹 섭취할 뿐이다.
1990년대 이 다이엇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는데 과학자들은 지중해 사람들이 흡연과 음주 같은 나쁜 습관에도 불구하고 더 오래 살며 건강한 이유를 찾아 내기위한 것이었다.
한세대 전만 해도 지중해 국가들은 하루 섭취 칼로리의 10% 미만을 포화지방으로부터 섭취하고 콜레스테롤은 300밀리그램 이하 섭취하라는 세계보건기구 지침에 부합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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