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내 이메일함은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의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 입찰을 둘러싼 추측과 고민으로 들끓었다. 넷플릭스와 컴캐스트가 입찰에 뛰어든 뒤에도, 파라마운트의 데이비드 엘리슨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내가 구독하는 거의 모든 뉴스레터가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씩 거들었다. 경제 칼럼니스트들은 트럼프의 연줄 자본주의적 규제 접근을 한탄했고, 정치 칼럼니스트들은 엘리슨의 커지는 제국이 MAGA 운동의 선전 기관이 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거래의 막후 흥미 요소에 열광했고, 비즈니스 기자들은 전략과 재정을 논했다. 한편 엔터테인먼트 평론가들은 이런 모든 문제에 더해, 이 거래가 영화와 창작자들에게 의미하는 바를 고민했다.
“WBD 딜은 할리웃과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 지난주 목요일 대표적 할리웃 뉴스레터 ‘더 앵클러’에 올라온 제인 폰다의 오피니언 칼럼 제목이 이렇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금요일, 마침내 모든 추측이 하나의 결말로 정리됐다. WBD는 두 개의 조각으로 분리되고, 넷플릭스는 그중 스튜디오와 HBO Max 스트리밍 사업이 포함된 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케이블 자산은 남겨지는데… 누구에게? 한편 파라마운트는 막판에 WBD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거래만 놓고 봐도 충분히 논할 거리가 많다.
WBD 주주들은 잔뜩 들떠야 마땅하다. 지난 9월만 해도 회사 전체를 지금 넷플릭스가 일부 자산을 사기 위해 지불하려는 금액의 절반 이하에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줄 자본주의를 걱정하던 이들도 한숨을 돌릴 수 있다. (물론 연방거래위원회가 이번 거래를 막으려 하거나 승인 조건으로 기묘한 양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예컨대 2억4,000만 달러짜리 트럼프 전기영화 제작 같은 요구 말이다.)
넷플릭스 주주들은 그리 기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워너브라더스는 과거 여러 번의 초대형 합병을 겪었지만 단 한 번도 잘 풀린 적이 없었고, 그래서 또다시 매물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주가는 팬데믹 초기 대비 약 3배나 높은 수준이고, 성장세는 탄탄하며 이익률도 건강하다. 넷플릭스 주주들은 결국 잘 버틸 것이다.
하지만 장편영화를 만들거나 즐겨보는 사람들은 걱정해야 한다. 최종 입찰이 들어오던 시점에 더 앵클러의 리처드 러시필드는 이를 “이 칼럼이 다뤄온 역사상 할리웃에 가장 파괴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근본적으로 넷플릭스는 극장 사업이 아닌 스트리밍 사업을 하는 회사이고, 공동 CEO 테드 새랜도스가 워너브라더스 영화의 극장 개봉 자체는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장기 상영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는 금요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주요 목표는 회원들에게 최신 영화 개봉작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그들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신 화제작을 소파에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극장 관람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개봉 기간이 짧아지면 티켓 판매가 크게 잠식되어 결국 극장 상영 모델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결국 이는 장편영화라는 주요 예술 형식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는데, 다른 예술 형식들처럼 그것은 특정 기술 환경에서 탄생한 산물이기 때문이다.
단편소설도 과거에는 상업적·예술적으로 충분히 가능성 있는 형식이었지만, 텔레비전이 펄프 잡지를 죽이면서 사라졌다. 1980년대에 이르러 단편소설은 소설가(기성 혹은 지망생)의 ‘손해를 감수하는’ 홍보용 콘텐츠가 됐고, 오늘날 이 형식은 대부분 소규모 문예지에서만 살아남아 있으며, 작가들은 보조금·창작 강의·일반 직업에 기대 생계를 유지한다.
나는 장편영화도 비슷한 운명을 겪을 것이라고 두렵게도 예상한다. 영화라는 매체의 모든 요소, 시각적 언어, 거대한 제작비, 그리고 길이조차도(집에서 나가 관람할 가치가 있으면서도 엉덩이가 저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길이) 극장 상영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야기는 우리 거실로 스트리밍되도록 최적화될 것이다. 아니면 유튜브나 틱톡, 혹은 아직 상상도 못한 기술 매체에 맞춰질지도 모른다.
할리웃이 문화 중심적 예술 형식 하나를 잃는 것에 대해 슬퍼하고 두려워하며 분노하는 마음을 나는 이해한다. 나 역시 되돌릴 수 없는 무언가가 사라질 것이라는 상실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 결말은 이번 거래가 반독점 규제 기관에 의해 저지되더라도, 심지어 의회가 영화 스트리밍을 금지하더라도, 막을 수 없다. 물가상승을 반영한 미국 내 박스오피스 매출은 2019년 이후 40%나 줄었고, 새로운 초대형 스트리머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극장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넷플릭스는 창작자들에게 각본 있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회사다. 비록 그것이 그들이 정말 하고 싶어하는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아닐지라도, 예전만큼 수익성이 높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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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건 매카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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