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자살을 부른다!
한국의 탤런트 안재환의 자살 소식을 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만인의 연인이었던 탤런트 최진실 마저 2일 갑작스레 자살하자 뉴욕의 한인들은 충격을 금지 못하고 있다. 2일 하루 동안 한인들이 삼삼오오 모인 곳이면 으레 최진실의 자살 배경과 이유를 놓고 설왕설래 온갖 추측도 오고갔다.
롱아일랜드의 학부모 강모씨는 “자살 소식도 충격이었지만 엄마를 잃은 두 자녀들이 먼저 눈앞을 스쳤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어린 자녀들을 뒤로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측은한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자살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강씨와 이웃에 사는 최모씨는 “자살할 당시 술을 마신 상태라는데 아무리 괴로워도 두 아이의 엄마가 밤늦도록 술에 젖어 살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의 화살을 쏘아붙이기도 했다.
뉴저지의 이모씨는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우울증에 빠진 것 같다. 불경기 속에 계속 우울하고 핵폭탄급 뉴스만 흘러나오니 도무지 한국 소식을 접하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졌다”며 고개를 돌렸다. 뉴욕·뉴저지 한인사회는 이번 안재환과 최진실의 자살을 계기로 물질적인 풍요나 명성보다는 정신 건강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로 삼는 분위기도 보이고 있다.
퀸즈 베이사이드의 백모씨는 “아무리 ‘수십억을 떡 주무르듯 움직이는 능력이 있으면 무엇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록 미국의 이민생활이 고달프고 가뜩이나 불경기로 가계형편이 어려워졌지만 지금 내 모습, 내 처지가 더 낫다고 위로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최씨와 비슷한 또래라는 베이사이드 김모씨는 “대학 시절 모든 남학생의 우상이었던 최진실이 죽었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혹시 가족도 모르는 사이에 아내와 자식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지는 않은지 당장 가족의 정신건강부터 점검하고 싶다”며 걱정스런 마음을 내비쳤다.
지난해 초 가수 유니에 이어 탤런트 정다빈까지 한국의 연예인 2명이 잇따라 자살했을 때에는 자칫 미주 한인 청소년들 사이에 일명 ‘베르테르 효과’가 번질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유스&패밀리 포커스 대표 이상숙 전도사는 “최진실이나 안재환의 경우 현재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세대와 더 가깝기 때문에 아무리 한국 연예문화에 친숙한 1.5·2세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전도사는 “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 자녀들이 생각하는 죽음은 무엇인지, 삶의 가치관과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관은 무엇인지에 대해 부모와 열린 대화를 나누며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폭넓은 안목을 갖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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