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의회에 비준을 요청한 7,000억달러 구제금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는 막대한 자금이다(시사 주간지 타임스 환산).
▶ 미국 국민 1인당 2,300달러를 줄 수 있다. 가구당으로는 6,200달러다.
▶ 연봉 50만 달러 이하 미국인들의 소득세를 대신 내줄 수 있다.
▶ 미국에 굴러다니는 모든 자동차의 개솔린을 16개월 동안 공짜로 줄 수 있다.
▶ 국방, 재무, 교육, 국무, 재향군인 복지등 내무 관련 정부 기관과 NASA등의 내년 예산을 모두 충당할 수 있다.
▶ NFL, NBA, 메이저리그 야구팀 모두를 살 수 있고 각 구단을 위해 스태디엄을 하나씩 지어줘도 남는다.또 매년 1억9,100만 달러씩 선수 연봉으로 줄 수 있다.
▶ 네덜란드 규모의 세계 17번째 경제 강국을 세울 수 있다.
▶9조8,000만달러의 미국 부채 7%를 일시불로 갚을 수 있다.
$700,000,000,000. 세기도 힘든 어마어마한 액수다. 지금 정부와 의회는 이 돈을 10여년 동안 흥청망청 호화판 요트 파티를 즐겨왔던 월스트릿가 구제에 쓰겠다고 나서고 있다. 자금 수혈이 안되면 줄도산이 이어지고 시중 자금은 압박을 받아 기업이 무너지고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어 1930년대 대공항의 전초를 밟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말이다.
연방 하원은 지난29일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7,000억 금융 구제법안을 보기 좋게 거절했다. 국민의 혈세로 돈장사하며 수억대의 재산가로 호령해온 월가의 고소득자 구제가 말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다음날 아침 뉴욕 증권가는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다우존스 지수가 무려 777포인트나 떨어졌다. 포인트로는 역대 최고치였고 비율로는 1987년이후 두 번째 큰 폭이다. 일각에서는 구제금을 주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이렇게 망할 수 있다는 월가 ‘고수’들의 고의적 음모설도 나돌았다.
그동안 월가의 돈 잔치는 세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왔다. 대학 졸업 초봉이 최소 20만 달러이상. 회사를 운영하는 CEO의 연봉과 보너스는 수백, 수천만 달러 단위를 훌쩍 넘었다. 어느 CEO의 연봉은 일반직원 것의 270배에 달하기도 했다. 지금 월가 살리기에 팔걷고 나선 헨리 펄슨 연방 재무장관도 골드만삭스 시절 수억 달러의 연봉과 보너스를 챙겼다.
은행마다 자격도 없는 ‘서브프라임’ 고객들에게 거리낌 없이 돈을 빌려줬다. 융자 담당자는 돈 빌려준 금액만큼 보너스를 받았다. 마구잡이 융자에 부채질을 해댔다.
“오니 고로시 한병과 도로 스시 몇점이면 담당자를 구워삶아 은행돈 쉽게 쓴다. 돈 빌리고 떼먹는 사람도 많다”는 한인 식당 주인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10만 달러 이하는 해당 은행 융자 담당자의 재량권으로 전결 처리 됐다고 한다.
서민들도 만만치 않았다. 9.11테러 이후 저금리에 편승해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에퀴티가 쌓이자 돈을 뽑아 집을 고치고 개솔린을 바가지로 마셔대는 대형 SUV승용차를 거리낌 없이 구입하며 씀씀이를 늘려갔다.
이자만 내는 조건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집이 오르자 돈을 뽑다 또다른 집을 사며 재산불리기에 나섰다.
이랬던 미국이 지금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암흑의 경제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은 지도력을 잃었고 의회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지금 수혈을 하지 않으면 당장 나라가 망한다”고 급전을 때리는 부시대통령의 구호 요청이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존재하지도 않은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을 내세워 이라크 침공의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었던 그였다. 이제는 거짓말하는 ‘늑대소년’이 되고 말았다.
역사상 첫 흑백 대결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불과 30일 앞으로 다가섰지만 어느 후보도 이렇다할 시원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나이 많고 경험 많은 매케인은 불 같은 성격대로 갈팡질팡 말을 바꾸가며 허둥대고 있고, 젊고 신선한 오바마는 소신 없이 눈치보며 기회만 엿보는 듯 하다. 어느하나 손가는 후보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김정섭 국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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