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휴양지 ‘시 아일랜드’ 종업원 25% 감원·빈부갈등 악화
‘북미 최고의 골프 리조트’‘세계 최고의 체류지’ 등으로 선정
미 최고부자들의 휴양지와 은퇴 주거지로 각광 받아왔던 조지아주 ‘시 아일랜드’에도 불경기의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4년 전 부시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과의 회의를 이곳에서 개최하면서 특권층의 관광지로 명성을 굳힌 시 아일랜드는 조지아주 남단에 위치한 민간 소유의 작은 섬 리조트다.
정상회의 이후 장밋빛 전망을 확신한 소유주는 3억5,000만달러를 쏟아 부어 리조트의 대대적 리노베이션을 감행했다. 고급 레스토랑들을 열고 100석 영화관, 6만5,000스퀘어피트 규모의 스파와 피트니스 센터, 2,000병 저장 용량의 와인셀러, 승마 코스, 3개의 수영장 등을 신설했다. 바닷가 고급 스윗의 1일 숙박료는 5,000달러에 달했다.
비즈니스는 붐을 이루었고 최고급 시설과 서비스는 날로 더해졌다. 일류 여행사들은 시 아일랜드를 “세계 최고의 체류지 중 하나‘로 꼽았고 골프 다이제스트도 이곳을 북미 최고의 골프 리조트로 선정했다.
이제 그 장밋빛 날들은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대대적 리노베이션이 완료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의 경제는 기울기 시작했고 지난달 리조트의 소유주인 시 아일랜드 컴퍼니는 전 종업원의 25%에 해당하는 500명을 해고했다. 해고의 칼날은 웨이터부터 중역에 이르기까지 직위 고하를 가리지 않았다.
회사는 전국적인 관광객 감소와 부동산 경기 저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조트 경영진들의 부실 경영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확실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고 종업원들은 해고 이유와 해고 조건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회사와의 계약서에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아일랜드에 불어 닥친 찬바람은 미국의 경기 저하가 근심 걱정의 무풍지대 같았던 이곳 ‘부자들의 천국’에 까지 미쳤음을 말해준다. “이젠 우리도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라고 인근 사이몬 아일랜드에서 바를 운영하는 해리 아이킨은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시 아일랜드가 너무 확장한다는 것을 알긴 했지요. 그러나 여기서만은 언제까지나 다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모로 시 아일랜드는 아직도 근심걱정 없는 한가로운 올드사우스의 관문처럼 보인다. 시 아일랜드 주택의 평균가격은 320만달러이고 여전히 유명 정치가, 스포츠 스타, 대기업의 CEO들은 이곳을 은퇴지로 꿈꾸고 있다. 참나무에 둘러싸여 아름답게 손질된 저택들이 ‘작은 별장‘(cottages)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올해 들어 기업들의 비즈니스 컨퍼런스 예약은 줄어들었지만 개인관광은 비교적 꾸준한 편이다. 그러나 부동산 쪽은 슬럼프가 완연하다. 지난달에도 400만달러짜리 주택이 매매되는 등 집들이 계속 팔리고는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많은 잠정 구매자들이 옆에서 관망만 하고 있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시 아일랜드 컴퍼니의 부동산 담당 부사장은 전한다. 시 아일랜드의 600채 주택 중 50채가 팔려고 내놓은 상태다.
문제는 주택 구매에 대한 관심 감소가 아니다. 세컨드 홈을 사는데 대한 금융기관들의 대출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져 소수의 최고 부유층만이 이곳의 주택을 살 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1920년 개발된 이래 시 아일랜드는 미국의 6명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 부유층과 권력층 인사들이 즐겨 찾아온 곳이다. 최근 이곳에 정착한 주택소유 주민 중에는 그리핀 벨 전 법무장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피처 존 스몰츠, CBS 뉴스앵커 밥 시퍼 등이 있다.
지난 80년 동안 시 아일랜드 리조트를 소유해 온 존스 일가는 로컬 주민들에겐 애증의 대상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그들이고, 세금을 내는 것도 그들이며 섬 구석구석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어찌 보면 섬 전체를 시 아일랜드가 부양하고 있는 폭이다. 그래서 더욱 이번 대량 해고의 파장은 크다. 그렇지 않아도 이 지역에 상존해 왔던 빈부갈등이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기는 부자들이 사는 곳, 여기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지요. 이곳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저곳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합니다. 그리고 이젠 저곳에 살지 않는 시 아일랜드 종업원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지요”라고 바를 운영하는 아이킨은 시 아일랜드를 가리키며 말한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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