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매는 언제나 늘 동생이 언니같다. 나이도 한 살 터울 밖에 안되는 되다가 일찍부터 동생의 키가 언니의 키를 훌쩍 넘어서 버린 바람에 작고 조그마한 언니 대신 늘 제가 나서서 힘든 일을 해 버릇 해서인듯 하다. 이번 미국으로의 이주도 동생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인터넷으로 뒤적뒤적 자료를 뒤적이다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오늘은 이 학교에 가봐라 내일은 저 학교엘 가봐라 이 사람 좀 만나봐라 저 사람좀 만나봐라 귀찮게 부탁을 해대는 언니에게 싫다 소리 한번 안하고 원서도 내주고, 집도 계약해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알아서 해주었다. 남들은 미국에 와서 가장 어려운 것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니 난 그러고보면 참으로 행복한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척에 동생을 두고 툭하면 에스오에스를 쳐대니 말이다.
동생이 미국으로 시집을 오기 전 까지는 언제 어디를 가도 늘 함께였다. 아주 어렸을 적엔 키도 고만고만하고 늘 붙어다니니 쌍둥이냐는 소리도 수 없이 들었다. 어느 순간, 동생이 훌쩍 키가 커버리자 그런 소리는 뜸해졌지만 말이다. 바늘에 실가듯 늘 그렇게 떨어질 줄 모르고 함께 다니던 동생이 어느 날 결혼을 해서 미국으로 간단다. 얼마나 서운하고 가슴이 아팠던지 모른다. 이십여년 전의 일이니 지금처럼 왕래도 쉽지 않았고 아이들 나아 키우느라 바빠서 전화통화도 쉽지 않았다. 몇년에 한번 잠깐씩 얼굴 보는게 고작이었고 그러다보니 한번 볼라치면 만나고 헤어질때마다 누가 죽기라도 한냥 대성통곡을 해대었다. 처음엔 그리움이 너무도 커서 헤어질 때마다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그도 세월이 지나고 자꾸 반복하다보니 조금씩 무덤덤해졌다. 웬지 남이 되어 가는듯 마음 한켠이 무겁고 섭섭했지만 그냥 그렇게 현실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내가 미국에 오게 되었다. 그것도 동생과 엎어지면 코 닿을 곳으로. 한 동안은 동생 집에 머물기 조차 했으니 둘이서 한참을 얼마나 붙어다녔는지 모른다. 그동안 떨어져 지낸 한 풀이라도 하듯이 눈만 뜨면 붙어앉아 있었다. 둘 다 일찌기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지라 아이들이 다들 중고등학생이다보니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둘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꽤 많았다. 같이 어덜트 스쿨도 다니고 쇼핑도 다니고 맛있는 점심도 해먹고. 혼자 있으면 그냥 넘기던지 대충 끼니나 때우고 말 점심을 둘이 모여 이것도 해먹고 저것도 해먹고, 국수 한그릇을 끓여먹어도 왜 그리 맛나고 재미나던지 한동안 체중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배가 나와서 함께 도로 살을 빼느라 고생 좀 했다.
요즘은 동생이 대학원 공부를 하느라 무척이나 바쁘다. 워낙 공부하기도 좋아하고 도전하기도 좋아하는지라 버클리도 가까운데 제대로 공부 한번 해보지 그러냐구 농담 반 건네었는데 진짜로 이를 악물고 하는거다. 그러더니 지난해 버클리 대학원에 당당하게 합격을 했다. 워낙 또순이 같은지라 해낼 줄은 알았지만 어찌나 대견하던지. 지난 여름방학 내내 하루에 열두시간이 넘게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뛰어 다니는 것을 보니 나같으면 열두번은 포기했을텐데 싶은게 동생이지만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원서 내기 전, 공부하면서 아이들 돌볼고 집안 살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기에 언니가 다 해줄터이니 걱정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나 또한 학생 신분이 되다 보니 가끔씩 아이들 거두고 식사 돌봐주는 일 외에는 별로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말만 앞세워 어찌나 미안한지 모른다. 그런데 오히려 바쁜 동생이 미국 생활 서툰 언니 힘들까봐 내 뒤치닥거리에 신경을 쓴다. 시장도 봐다 나누어주고 반찬도 가끔씩 챙겨보내고. 항상 부족한 언니를 거두는 것이 제가 꼭 언니같다. 늘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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