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은 아무도 34대 회장선거를 해본 사실이 없는데 35대가 웬 말인가 해서다.
워싱턴한인연합회 회칙의 근간은 관할구역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로 회장을 선출하는 직선제 방식이다. 회칙 개정이 없는 한 다른 방법은 일체 무효요 불법이란 의미다.
천신만고 끝에 33대 회장에 당선되고 취임식까지도 끝낸 김옥태 회장께서 악화된 그간의 지병으로 갑자기 유고가 되자 고인에 의해 부회장으로 지명되었던 김인억 씨를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회칙 11조C항)한 이사회의 결정은 적법했다. 하지만 워싱턴 한인 역사상 가장 수치스런 사건으로 기록될 무법사태가 일어난 것은, 총회랍시고 무작위로 사람들을 모아놓은 H식당에서였다. 그날 밤 김인억 씨는 연속 두 차례씩이나 ‘박수 회장’ 당선이라는 기네스북에 오를 진기록을 세웠는데, 첫 번 박수로 자칭 33대 회장에 당선되면서 ‘직무대행’이란 꼬리를 잘라냈고, 불과 수 분 후 다시 두 번째 박수를 유도해낸 누군가의 꼼수 제안으로 일약 34대 회장으로 또 한 번 당선됐으니, 세상에 어떤 코미디가 이보다 더 웃길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군사 쿠데타도 아니고…. 법에 무지하다는 약점 때문에 불법에 이용당하고 야만인 취급까지 받았다면서 비분강개했던, 당시의 여론과 민심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선거도 없이 두 번씩이나 정권을 멋대로 갈아 치는 초능력 솜씨(?)를 보면서 그런 쉬운 방법 놔두고 돈까지 뿌려가며 아둥바둥댄 역대 회장 후보들이야말로 천하에 바보 멍청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선거라니? 박수로 33대 회장에다 34대 회장까지 한순간에 만들어낸, 그게 불법이 아니라면 그럼 선거로 선출되는 회장이 불법이란 말 아닌가? 그럴 거면 이번에도 지난번 방법대로 35대 회장 하나 적당히 만들어내면 될 일이지 무엇 때문에 선거를 하자는 건가? 그게 불법인데 말이다. 결국 이제껏 34대 회장으로 권리행사해온 그자체가 말짱 불법이었다는 사실이 역사에 의해 폭로됐다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무효가 된 34대를 되돌려 놓아야 마땅하다.
33대 고 김옥태 회장의 잔여임기는 고작 2개월이다. 우선 ‘34대 회장’이란 직함부터 ‘33대 회장 직무대행’으로 원상복구 시키고 동시에 대 교민 사과를 통하여 그간에 왜곡시켜온 역사를 책임지는 당당한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같은 회장 유고사태가 발생한 북버지니아한인회 이사회는 회칙대로 황원균 씨를 ‘직무대행’으로 선출했지만 단 한 번도 회장 자리를 넘보지 않은 준법정신을 거울로 삼으라는 충고를 하는 것은 그래서다. 20만 교포들이 지켜볼 것이다. 만에 하나 선거보이콧 이란 사상초유의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책임은 34대를 불법점거하고 역사를 농단해온 측의 몫이 될 것이다. 불법에 속아 참정권을 빼앗긴 2년인데 누가 그런 엉터리 선거에 공범자 노릇 다시 할 거며 또 투표장에서 멍청하게 줄이나 서있을 어리석은 사람들이 워싱턴 지역에 더 있을까 싶다.
안 그래도 수도권 MD한인회(신근교 회장)나 북VA한인회(황원균 대행)같은 두 모범단체들이 지역한인사회의 구석구석을 잘 보듬고 있는 판국에 이런 불법 투성이 애물단지가 왜 필요하냐는 무용론이 제기된 지 꽤 오래 됐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필자는 김인억 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개인적 감정은 더더구나 없다. 다만 교포들 생활이 한인회라는 단체들과 서로 얽혀있어 바로 잡아주면 모두가 행복해질 거라는 소박한 기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