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가장 큰 걱정..내세울 외교성과도 없어
북핵 불능화 궤도 복귀 그나마 다행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로 퇴임 100일을 남겨놓게 된다. 내년 1월20일 대통령직을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백악관 문을 나서야 하는 부시 대통령으로선 착잡하기만 하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1년 1월 `세계의 대통령’인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부자(父子) 대통령 출신이라는 기록을 안고 미국 정치 중앙무대에 데뷔했지만 퇴임을 앞둔 지금 그의 모습은 왜소하기만 하다.
부시 대통령의 지난 8년 집권기간은 그야말로 파란만장의 세월이었다.
그는 대통령직에 오른 지 만 8개월도 안돼 `9.11테러’라는 미증유의 참사에 직면해야 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쟁을 비롯해 북핵문제, 이란핵문제, 최근의 경제위기 등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의해 혹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도전에 대처해야 했다.
퇴임을 100일 앞둔 임기말 부시 대통령의 현모습은 미국 역사상 어느 대통령보다도 초라해 보인다. 이라크전쟁이 수렁에 빠지면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으며 2006년말부터 30%를 밑돌고 있다.
7일 CNN 지지율 조사에선 24%로, 워터게이트 사건 탓에 대통령직에서 사임하기 직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동률을 이뤘다. 이는 역대 최저 지지율을 보인 해리 트루먼(1952년 2월) 전 대통령의 기록(22%)과 단지 2% 포인트 차이다.
남은 100일동안 부시 대통령의 어깨를 가장 크게 짓누르고 있는 것은 최근의 금융위기 사태.
부시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7천억달러를 쏟아 붓는 금융구제안 실행 및 감독에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민들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높아만 가고 있다.
이를 감지한 듯 부시 대통령도 최근 지금부터 향후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많은 일을 해야할 것처럼 보인다며 마음의 각오를 다졌다.
또 1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선 우리 번영을 가로막는 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설 것이라면서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할 것이고 그 결과 세계 경제는 더 건전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으로선 취임 때 6조달러도 안됐던 미국 재정적자를 10조달러로 늘렸다는 점이 무척 뼈아프게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라나는 세대가 갚어야 할 재정적 부담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대외 외교정책에서도 제시할 만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고, 이제 시간이 다 돼가고 있다는 점이 부시 대통령으로선 못내 아쉬울 것이다.
5년째 접어든 이라크전쟁은 이라크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등 종파분쟁이 해소되는 듯한 분위기이지만 저항세력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고, 이라크와의 주둔군지위협정(SOFA)에서도 별 진전이 없다.
쉽게 승리할 것 같았던 아프가니스탄전쟁도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심지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 미군 증강처럼 아프간에도 3-4개 전투여단을 늘리려는 계획을 입안하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비롯해 동맹국들에게 계속 손을 벌려야 한다.
이 뿐만아니라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및 주변 국가에서 반미감정도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란과의 핵협상도 별다른 진전이 없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부시 대통령이 임기말 사업으로 의욕을 보였던 중동평화협상 문제도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의 사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계속되는 반목으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 그루지야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긴장이 높아가고 있고, 경제적.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의 도전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업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북한 핵문제가 우여곡절과 진퇴를 거듭해온 끝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키로 합의, 북한이 다시 영변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합의한 정도다.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축’이라고 규정하고 힘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을 주장하던 부시 대통령의 모습은 이제 가물가물한 기억의 한 장면일 뿐이다.
대외경제정책에 있어서도 부시 대통령은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으나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임기내 처리가 극히 불투명해졌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최근 미 의회의 금융구제안 처리 과정에 같은 당 소속인 공화당 의원들의 압도적 반대로 의회 승인이 늦어지는 등 레임덕 대통령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적잖은 이미지 손상도 맛봤다.
23일 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돼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면 부시 대통령 권력의 퇴조는 더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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