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대부분의 엄마가 그러듯이 오늘도 아이들을 이리저리 스케줄대로 데려가기 위해 운전을 했다. 때론 집에 왔다 갔다 하기 싫어 마치 연예인 운전 기사처럼 책을 읽거나 졸면서 대기하고 있기도 한다.
옛 주부들 처럼 솥뚜껑 운전만 해선 안 되고 살림 경제에 관한 일, 가족 건강에 관한 식사,위생 ,청소 업무, 아이들 교육에 관한 메니저 역할등 많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그 중 중요 업무가 아이들 전용 운전수 역할이다. 운전을 주로 해주다보니 차 안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
집과는 달리 밀폐된 좁은 공간이다보니 더 가까워지는 감정도 들고 내가 하는 질문이나 요청에 대답을 안 하거나 피할 수 없는 분위기여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도 하다. 학교 생활 중 어려움은 없는 지, 친구 관계는 좋은 지 묻다보면 그 들의 고민도 알게 되고 결정 할 일들이 있을 때 내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도 주고 받기도 하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어 갈대 밭을 찾던 이발사처럼 그저 들어 주기만 해도 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때론 부모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 요목조목 따져서 잘못을 지적할 땐 자식이 아니라 애 어른 같이 느껴질 때도 있고, 아이들이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의젓한 얘기를 해서 깨닫고 배우는 때도 있다.
큰 애가 6학년 일때 우린 좁은 집에 렌트로 살고 있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거리에 집 없는 사람을 보며“우린 그래도 저 사람보다는 행복하지? 우리는 그래도 잘 집이 있으니까.” 했더니 “우린 불행하진 않지만 불편하게 살잖아요.
엄마는 아래만 보고 만족하며 사시는데 나는 위를 보며 살래요.” 하잖는가! 한동안 말을 못했다. 부모로서 좀 더 크고 넓은 집, 좋은 집을 못 해준 것에 자책감이 속으론 들었지만 그래도 감사해야될 것이 얼마나 많이 있는 지 아이와 계속 토론하며 갔던 적이 있다.
이렇듯 가치관이 아직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아이라서 세상 보는 눈도 잘못된 생각으로 판단할 때도 있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몰라서 방황할 때도 있다. 그럴 때 마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바로 잡아 주기도 하고 섭섭한 일이 있으면 대화로 풀고 부모가 바라는 희망 사항을 넌지시 알리기도 한다.
오늘도 차 안에서 아이들은 힙합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즐긴다. 처음엔 시끄럽고 머리 아프더니 이젠 나도 그 리듬이 싫진 않아졌다. 오히려 아이들이 틀면 싫어 하던 내가 옛날에 즐겨 듣던 노래들이 느리게 느껴진다. 이건 분명 쉰 세대 소리 듣기 싫어 그냥 좋아하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듣다보니 물들어 간다. 이렇게 차 안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니 그 시간을 잘 이용하면 생각의 차이,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를 잘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서로에게 물들어 가며……
따로 시간을 내서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울 땐 평상시 차 안에서 자연스레 얘기를 꺼내 유도해 봄이 좋은 것 같다. 움직이는 차 안이 부모 자식 간의 대화로 인생 보는 눈을 키우는 교실이 되기도 하고 무엇이 옳은 지 판단하는 법원도 되고 상담실도 되고 부모와 자식 간에 끈을 더 든든히 하는 교량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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