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도 처음 미국에 정착하여 여러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한국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다가 미국에 와서 생전 처음 하는 일들을 하자니 모두가 생소했다.그러던 중, 공부를 하며 여러 가지 일을 하며 택한 평생의 일은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장애인을 돕는 일이다.
전과 달리 이제는 한국도 많이 바뀌어져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교육기관도 많아졌다. 그러나 1960년대 70년대에 이민 오신 분이 많은 한인 이민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편견이 뿌리 깊다.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미지의 세계인 장애교육기관을 설립하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 지를 아는 사람은 아마도 함께 시작한 선생님들 뿐 일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와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며 팔짱 끼고 보는 시선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시작한 장애관련 일이 시집살이를 안 해 본 며느리는 백번 말해봐야 얼마나 그 어려움을 모르듯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지 불과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어려운 역경을 이기고 꾸준히 한 결과 3년이 지나니 조금씩 장애인 가정들의 마음도 열려가고 후원하시는 분들도 생겨났다.
교육센터를 오픈하고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로, 장애관련 전문잡지인 ‘아침햇살’을 만드는 것이었다. 벌써 9년째 매달 200부씩 발행하여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 장애가정뿐 아니라 사역자들에게도 무료로 배부되는 책자이다. 어려운 집에 무료로 보내주기 위해 한 달에 30달러의 후원을 외쳐도 보지만 그저 조용한 메아리만 울릴 뿐 몇몇 후원자에 의존할 뿐이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만들 수 있는 것은, 이 잡지를 보고 아이의 장애를 발견하게 되고 정부보조 정보를 얻게 될 뿐 아니라 특수교육을 전공한 분들이 현장지도로 도움을 주고 세미나에 관한 정보도 제공하여 장애가정에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노력을 들여 만든 잡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인들의 관심은 별로이다.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싶으면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는 한인들의 외면으로 그렇게 열심히 신문, 방송에 홍보를 하여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찾아오는 장애가정 부모님들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이 바로 교육센터이다. 그야말로 미국 땅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그저 장애아이의 교육을 시켜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무작정 미국에 오신 분들이 많지만 정보는 커녕 학교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영어도 안 되고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을 얻을 수 없다.
어디로 아이를 보내야할지 그저 난감해하고 있다가 어찌어찌 아는 사람을 통해서 ‘아침햇살’ 잡지를 얻어 그걸 들고 찾아오셔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져가시는 분들을 보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다. 그나마도 한국말로 하는 기관이 있는 줄조차 모르는 분들은 날마다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시다 교육시기를 놓치시곤 뒤늦게 찾아와 속상해 하신다.
그럴 때마다 내 아이만 중요하다고 생각지 말고 남의 아이도 돌아보면서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도 한인사회에 한미특수교육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다른 집 아이의 장애에 대해 조그만 관심이나마 갖고 한인록에 나오는 전화번호라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려 주면 좋을 것 같다.
한쪽에선 아이의 장애판정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이고 있고 한쪽에선 무슨 수를 쓰던지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놓고 보자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다니는 엄마들을 보면 가슴이 쓰리다.
이 시간 아픈 몸임에도 불구하고 두 손을 주물러가며 1년 내내 한 겨울 거리에서 추위에 떠는 홈리스들을 위해 목도리를 짜는 천사들을 떠올린다.
우리 아이만 생각할게 아니라 남의 아이들에게까지 관심과 애정의 시선을 넓히는 사회야 말로 살맛나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양한나
한미특수교육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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