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1대 대통령은 ‘조지 H.W. 부시’이고 43대 대통령은 ‘조지 W 부시’다. 아버지와 아들의 퍼스트 네임마저 똑같이 ‘조지’이기 때문에 부시 집안에서는 아들을 W라고 호칭한다. 반면 W는 아버지를 “파피(poppy)”라고 부른다. 요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 ‘W’는 바로 지금 백악관에 있는 부시 대통령을 그린 것이다. 이 영화는 부시대통령이 왜 그렇게 고집이 세고 부모들과 의견충돌을 빚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1992년 부시 시니어가 재선에서 클린턴에게 패하자 아버지의 선거참모였던 W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부인 로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재선되었다면 나의 장래가 어떻게 될까. 나는 정계진출이 어려워질 거야. 이런 말 하는 건 이상하지만 아버지의 낙선이 나에게는 좋은 계기가 될지도 몰라. 아버지가 은퇴하면 사람들은 아버지의 못 이룬 꿈을 아들이 이루는 것을 보고 싶어 하기 마련이거든, 안 그래 여보?”
사실 아버지의 낙선을 계기로 W는 모든 것을 아버지 결재를 받아야 했던 부시 가문 시스템에서 해방되어 매브릭(낙인찍히지 않은 소)이 되고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는 힘을 잃어 아무 말도 못한다. 아버지 노릇 제대로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장면도 있다.
W - “어머니, 나 텍사스 주지사에 입후보하기로 했어요”
바바라 부시 - “뭐라구?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냐? 넌 안돼”
은퇴한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않고 침묵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다. 며칠 전 동생 제프가 플로리다 주지사에 출마 하겠다고 했을 때는 그 자리에서 “잘했어, 한번 해봐”라고 말한 아버지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만사에 모범생인 둘째아들 제프에 대해서는 믿음직스럽게 생각 했지만 맏아들 W에 대해서는 항상 뭔가 못미더워 했다.
맏아들인 W는 어릴 때부터 부모들이 동생 제프를 부시가문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에 콤플렉스를 느껴 부모에게 무언가 보여주려고 몸부림친다. 아버지 부시 시니어와 어머니 바바라 부시가 반대하는 일마다 W는 기를 쓰고 이를 성공시켜 “자, 봤죠?”하는 자세로 부모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다. 대통령 출마도 그렇고 이라크 전쟁도 똑같은 패턴에서 이루어 진다. ‘외디퍼스 콤플렉스’가 아니라 독특한 패턴을 지닌 ‘부시 콤플렉스’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W’는 대통령을 2명이나 탄생시킨 부시 가문의 갈등세계를 그렸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라크 전쟁이 결국은 석유확보를 위해서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서 뛰어난 기록물에 속한다. 내용이 너무 과장 되었다는 등 말이 많지만 부시의 약점에만 초점을 모아서 그렇지 전체 흐름은 사실이라고 본다.
착각은 자유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착각은 자유가 아니다. 전쟁직전 이라크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왜 CIA가 부시를 설득하지 못했는지, 탄광속의 카나리아 역할을 하던 어머니 바바라 여사가 왜 남편을 설득해 부시의 이라크전쟁을 말리지 못했는지, 알콜 중독자인 부시가 어떻게 크리스천이 되어 대통령에 출마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는지가 솔직히 그려져 있다. 작품성으로 따지면 그저 그런 영화지만 현 시국을 이해하는 데는 압권이다. 노래를 불렀는데도 박수를 받지 못하 고 무대를 내려오는 프리마돈나는 얼마나 비참한가. 대통령을 잘못하면 가문의 영광이 아니라 가문의 망신이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명심해. 너는 케네디가 아니야”
부시 시니어가 젊은 W에게 일찍이 준 충고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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