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화 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전화를 하는 것도 받는것도 싫어한다. 나의 정해진 일상속으로 허락도 없이 불쑥 불쑥 끼어들어 오는 전화 소리가 달갑지 않다. 하던 일의 리듬을 잃게 되는게 싫고, 의미없는 대화로 내가 생각했던 스케쥴에 차질이 생기는게 싫다. 같은 이유로 전화를 하는 일도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상황을 전혀 파악 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쑥 전화를 해 나에게 시간을 내 달라고 하는 것이 예의없는일 같아 싫다. 그밖에도 나만의 여러가지 느낌과 이유로 나는 전화 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들 자기의 사생활을 방해 받고 싶어 하겠으며, 누군들 자기 시간 쪼개 가며 상대의 무의미 하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를 들어 주고 싶겠으랴. 그래도 하던일을 잠깐 미루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먼저 끊는 것이 미안해 서로 먼저 들어 가라며 서너번 인사가 오가고, 그래도 나를 필요로 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사람사이의 정 일진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이기심은 그 도를 지나쳐 버린 것 같다. 나의 전화 통화는 보통 3분 이내로 끝이난다. 요점 전달이 다 되었다 싶으면, 네, 네 네~에 하고 상대의 말까지 끊어 버린다. 심지어는 양가 부모님 들까지 손발 다 드시고 내게 안부 전화를 거꾸로 내려 주셔야 하니 말이다. 내가 생각해 봐도 나는 참 너무 한다.
원래 이랬던건 아니다. 전화기 옆에 끼고 밥을 세워 친구와 수다를 떨던 십대, 이십대가 분명 기억속에 있다. 찌~링 소리만 나도 냅다 달려가 전화기 나꿔채던 시절이 내게도 분명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버린 걸까? 어쩌다가 남을 위해 손톱만큼의 시간 내기를 아까워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일까?
나는 몹쓸 사람인가? 아니면, 전화회사에서 8년을 일하다 보니 전화 노이로제에 걸려 버린 것일까? 곰 곰 생각해 본다.
주범은 ‘시간’ 일것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려 본다.
언제 부턴가 나의 생활은 너무도 타이트한 챗바퀴가 되어 버렸다. 아침부터 식구들 도시락에 씻기고 멕이고 나까지 준비해서 집을 나서려면 단 몇분의 시간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일단 잠근 현관문을 다시열고 들어가 놓고온 아이의 숙제라도 다시 챙겨 나올라 치면, 그날은 영락 없이 지각이다. 퇴근시간이 되면 득달 같이 차를 몰고 아이를 핔업하고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또한 줄줄이 줄서있는 설겆이, 아이 숙제, 목욕, 책 읽어주기등의 스케쥴에 맞추려면 , 불쑥 걸려오는 “보고싶어서….” 정도의 전화 통화따위에 도저히 챤스를 줄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인것을…
이런 생활이 몸에 베다 못해 생활 패턴이 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전화는 나를 방해 하는것’ ,’더 길어지기 전에 빨리끊어야 하는것’ 이라는 인식이 쌓여버린게다.
꼭 이런 이유에서만 내가 전화 하길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우선 내 생활에 여유를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 이틀 모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렇게 하고, 시간이 좀 늦어 지면 또 늦어지는 대로, 완벽하게 처리 할수 없는 것들은 또 할 수 없음을 인정하며 조금더 느긋 해 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화 하는 연습…. 별 이유 없이도 안부 전화 해보는 연습…
내일은 엄마한테 ‘꼭’ 전화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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