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현 후보의 돌발 사퇴, 김영천 후보의 등록과 무투표 당선 기자회견, 입후보 마감 10분 전 홍일송 후보 전격 등록….
29일 워싱턴 한인회관에서는 긴박하고도 흥미진진한 한편의 선거 드라마가 펼쳐졌다. 오후 5시, 회장 선거 입후보 마감시간을 앞두고 전개된 반전(反轉) 상황극이었다.
제1막은 김영천 후보의 의문의 등록지연 사태였다. 김 후보 측은 마감 2시간 전인 이날 오후 3시 선관위를 방문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약속시간이 돼도 김 후보 측은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대기하고 있던 선관위원들과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김 후보가 등록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50분이 지나서야 김 후보는 김형진, 김경학 전현직 영남향우회장 등 참모들과 함께 나타났다.
제2막 비밀의 커튼은 고대현 후보가 열어제쳤다. 김영천 후보에 앞서 3시30분경 느닷없이 고대현 후보가 한인회관에 모습을 보였다. 상대 후보 등록 현장에 경쟁 후보가 나타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고 후보는 김인억 회장과 박을구 선관위원장과 5분간 밀담을 나눴다.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고 후보는 기자회견을 자청, 입후보 취소를 전격 선언했다.
그는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출마했으나 자칫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포사회의 소모적 정쟁을 없애기 위해 포기를 결심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등록금 반환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고 후보는 “등록금이 반환되면 3개 한인회와 한사랑종합학교, 한인봉사센터, 노인연합회, 체육회 등 7개 단체에 각 5천 달러씩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인억 회장과 박을구 선관위원장은 “등록금 일체를 돌려드릴 것”이라고 화답했다.
등록금 반환이 회칙 위반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박 위원장은 “고 후보는 서류 미비로 아직 공식 입후보 자격을 얻은 게 아니기에 반환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고-김 후보 간에 막후 대화가 있었는 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왔다.
제3막은 난데없는 제3의 인물의 출현이었다. 오후 4시경 등록 절차를 마친 김영천 후보는 바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고 후보의 전격 사퇴로 사실상 무투표 당선이나 마찬가지였다. 장내 분위기나 참모들의 얼굴에서는 화색이 돌았다.
김 후보가 회견이 마무리돼 가던 4시25분경 한인회로 급전이 걸려왔다. 고대현 후보의 참모였던 김병문 태권도 사범의 전화였다. 그는 “지금 바로 누군가 등록을 하러 갈 터이니 선관위와 취재진들이 떠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입후보자가 누구인지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이 돌발상황에 장내는 갑자기 술렁댔다. 장난전화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누구보다 놀란 건 김 후보 측이었다. 고 후보의 사퇴로 힘든 경선을 치르지 않고 당선될 것이란 안도감은 채 30분도 넘기지 못했다.
마감을 20여분 앞둔 시간, 한인회관 문이 열리며 홍일송 체육회장과 서경원 현 한인연합회 부회장이 허겁지겁 나타났다. 잠시 후에는 은정기, 서승용, 김병문 등 호남향우회 인사들도 도착했다. 주인공은 홍일송 회장이었다. 홍 후보는 이력서나 서류들을 현장에 도착, 작성해 제출했다. 옷차림도 ‘후보자용’이 아닌 평상복이었다. 그만큼 입후보가 급박했음을 보여주었다. 홍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1시경 출마를 결심했다”고 털어놓아 급작스럽게 출마했음을 알렸다.
장내에서는 고대현 후보의 입후보 취소가 알려지면서 고 후보 캠프 인사들이 홍일송 회장을 대타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분석들이 쏟아졌다.
홍 회장은 4시50분 선관위에 입후보 서류들을 제출하며 경선의 문을 다시 열었다. 이로써 입후보 취소, 무투표 당선, 경선의 급박했던 29일의 드라마는 입후보자들 간의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막을 내렸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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