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후보 과정 ‘파행’ 출발부터 삐걱.혼란
‘꾼’.설 난무...경선 끝가지 갈지 의문 제기
한인연합회 선거판이 이상하다. 첫 주자가 사퇴하고 2명의 주자가 경선 레이스에 섰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다. 각 캠프도 예전의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해 안될 설만 난무하고 있다. 선거를 불과 3주 남겨놓고서다. 이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거의 조짐이라면 반길 일이지만 상황은 그리 단순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동포들도 헷갈리기만 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 미묘한 국면을 이해하는 코드는 29일 벌어진 등록 해프닝에서 찾을 수 있다. 1호 등록자인 고대현 후보는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명분은 “갈등과 소모적 정쟁 방지”였다. “경선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다 한다. 그러나 그의 사퇴 명분은 말이 식기도 전에 바래졌다. 그가 퇴장한 후 1시간도 안돼 그의 선거참모들이 새로운 후보자를 ‘옹립’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출마든, 사퇴든 결국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한인사회 대표가 되겠다 공언한 지 얼마 안돼 말을 바꾸는 것은 책임 있는 리더의 자세는 아니다.
김영천 후보의 행보도 믿음직스럽지 않다. 그가 고백했듯 ‘힘든 결정’을 내리는데 고뇌의 시간이 더 필요했는지는 모르지만 ‘준비된 후보’의 모습은 아니었다.
홍일송 후보의 난데없는 출현도 석연치 않다. 고대현 후보의 선거조직 인맥들이 그대로 홍 후보를 밀고 있다. 선수 교체가 되는 셈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영천 후보와 모종의 만남을 가진 그가 급작스레 등록한 이유가 불분명하다.
마감 시간 1시간을 남겨두고 느닷없이 후보가 사퇴하고, 한 후보는 예고된 시간이 돼도 나타나지 않으며, 게다가 제 3의 인물은 이력서도 준비되지 않은 채 등록마감 직전에 달려오고….
이런 파행적인 입후보 과정을 짚어보면 이 혼돈 국면의 배경과 원인이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우선 입후보자들이 왜 출마했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지나 비전이 희미하다. 이들이 준비한 정견에서 한인사회를 개혁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훗날 무수한 ‘공약’을 쏟아내겠지만.
그래서 현재의 경선구도마저도 제대로 지속될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딜(Deal)’에 대한 성급한 추측도 내놓는다. 후보자들끼리 밀약이나 반대급부 제공을 통해 선거판을 인위적으로 바꿀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죽기 살기로 뛰기보다 상대의 눈치만 보고 있으면 레이스가 제대로 진행이 될 리가 없다.
선거꾼들의 개입설도 흘러나온다. 선거 때마다 ‘활약’해온 보이지 않는 손들이 각 후보 캠프와 ‘치고 빠지는 거래’를 해온 결과가 이번 파행으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사실 선거철만 되면 이 캠프, 저 캠프 인사들과 만나 돈을 요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밀어줄 테니 실탄을 달라’는 거다. 심지어는 수만 달러 이상을 요구한다고 한다.
이들의 힘은 ‘동원력’이다. 대부분 단체장 출신이라 후보들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조직과 인맥이 취약한 후보들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도 후보자들이 생땀을 좀 흘리고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야누스 같은 선거꾼들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될 날이 오겠지만 이들이 각 캠프를 오가며 ‘한몫 챙기기 위해’ 이런 파행적 환경을 조성했다는 설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워싱턴 한인연합회장 선거는 15만 동포사회의 대표를 선출하는 축제의 과정이다. 뜻있는 이들이 경쟁을 통해 한인사회를 변화시켜내고 에너지를 응축해나가는 잔치판이다. 그러기 위해선 후보들 스스로 목표와 비전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혹여나 선거를 자신의 명예나 사욕을 위한 도구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후보들이 바로 서지 않으면 선거꾼들의 뒷주머니만 불려주고 한인사회의 미래는 암담하기 때문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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