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했다.
지난 25일의 다민족 성시화대회는 기도와 찬양의 열기로 행사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한인과 라티노가 서로를 눈물로 얼싸안으며 화합하는 감동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참석인원 면에서는 ‘F’ 성적을 받았다.
주최측은 지난 2월부터 준비모임을 잇달아 갖고 한인교회 1,000여곳에 수차례 협조요청 편지를 보냈으며 대대적인 광고까지 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두 인종 합해 1,000명을 밑돌았으니, 참으로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미국호’의 선장을 뽑고 교계의 최대 관심사인 ‘프로포지션 8’(동성결혼 무효화를 위한 주민발의안)을 놓고 투표하는 대선이 코앞이라 크리스천들이 애끊는 기도를 해야 할 이유가 ‘필요충분’ 했는데도 말이다.
1만명이 들어가는 행사장의 중앙 강단 주위만 달랑 차지한 사실이 민망했는지 “이럴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한인 교회를 빌리는 게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5만명이 모여 남가주를 깨운다는 당초 계획이 중도에 하향 수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목표는 한인과 라티노 5,000명씩을 포함 1만4,000명이었다. 라티노측이 “적게 잡아도 우리 쪽에서 8,000명은 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기에, 이토록 참담한 결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주일날이 아닌 토요일에 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척동자도 알듯이, 참석자가 적었던 가장 큰 원인은 ‘개교회주의’다. 수많은 자식(교회)을 둔 하나님이야 탄식과 근심을 하든 말든, 내 교회만 잘 되면 만사 오케이고, 다른 교회에는 신경 끄고, ‘연합과 일치’에는 도통 관심 없는 현대 기독교의 치명적인 고질병이다.
한 목회자는 “자기 교회 이름 드러나지 않는 곳에는 목사들이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너희도 다 하나가 되라’는 예수님의 명령도 아랑곳 않는다”고 꼬집었다.
어느 평신도는 이날 느낀 슬픔을 인터넷 게시판에서 표현했다. ‘오늘 섭섭하게 느낀 점은 너무 개교회 중심이라는 것이다. 목사님들은 많은데 교인들을 다 두고 오셨나 보다… 언어와 문화와 풍습이 다른 민족들이 서로 손을 잡고 껴안으며 하나 됨을 경험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에 교회들이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교회가 하나 될 때 어둔 세상에 하늘 영광의 빛을 비출 수 있다.’
물론 이날 안 왔다고 모든 교회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집회 자체를 몰랐거나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많은 교회들이 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거나 때맞춰 그날 자체 행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경에는 ‘자기 안에 갇힌 교회’에 회개를 촉구하는 구절이 나온다.
‘또 가라사대 이 세대의 사람을 무엇으로 비유할꼬. 무엇과 같은고. 비유컨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서로 불러 가로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애곡을 하여도 너희가 울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
오늘날 교회의 모습 속에서 동생이 집을 나가든 돌아오든 무심했던, 성경 속 비유에 나오는 탕자의 형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것일까. ‘가인아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는 물음이 바로 현대 교회에 주어진 것이라 생각하면 ‘오버’하는 것일까.
충격 때문이었을까. 성시화대회 취재를 끝내고 나오면서 혹시 크리스천들이 남모르게 주기도문을 고쳐서 속으로 간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오늘날 나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내가 나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나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김장섭 종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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