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제주도에 정착한지 1년 6개월이 다 됐다. 세월이 빠른가, 무상한가. 친구가 미국에서 가져다 준 커피를 아파트 발코니에서 마시며 선선한 가을의 향기를 풍기는 한라산 전경을 바라보면서 긴 여정이었던 미국에서의 추억들을 더듬어 보았다.
인터넷으로 살펴본 버지니아 날씨는 80도의 따뜻한 가을 날씨다.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잔 속에 버지니아를 아름답게 장식한 단풍잎들이 비치고 있다.
뉴폿 뉴스 골프코스 주위에 아름답게 장식한 단풍들이 향기를 뿜어대는 6번 홀이 내 앞에 스쳐간다. 제주도에 와서는 지난달 처음 라운딩 해보았다. 제주도 골프코스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이맘때 박00 선배와 돈내기 골프를 치면서 다투던 지난날들을 기억 속에서 찾아냈다.
누가 인생은 단막극이라 했던가? 옳은 말이다. 추억은 잊혀지지 않은 인간 역사라 했지. 지금 이웃에 사는 한 친구가 한라산 중턱을 드라이브 하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해변 일주 도로를 돌며 한라산 숲속 길로 돌아다니자는 계획을 말한다.
오늘 날씨는 매우 화창하다. 가을의 향기가 스며드는 제주도의 자연 그대로다. 길거리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꽃들이 줄기차게 관광객들을 환영해 주고 있다. 마치 버지니아 세난도 밸리와 비슷한 가을의 정서를 느끼기에 족한 자연의 분위기다.
향기로운 자연 풍경 속에 꾸며진 제주도의 삶이 나에게는 참 좋다. 해변을 돌며 산으로 시내로의 행차는 우리 둘만이 느끼기에 소박한 면이 있지만 전혀 불편이 없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서울로 미국으로 지금 제주도로 후회 없이 원대 복귀한 셈이다.
인생무상은 어느 시점에 가서는 공통적으로 전부에게 주어진다는 어느 철학가의 말을 음미해 본다.
인생은 싸이클이라 했지. 우리들의 제주도 생활은 단조롭게 설계돼 있다. 잡념을 버리고 내일이 필요한 단순한 생활을 꾸미는 것 이외는 없다. 젊은 시절 엄청나게 뛰었던 공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우리 집 사람은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금 자기 시간을 가져 보기가 좋다.
솔직히 미국을 잊을 수는 없다. 아름다운 시절, 고통스러운 시절을 체험한 나로서 후회는 없다. 지금도 늘 인터넷으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다. 그 동안 고마운 친구들이 제주도를 찾아주었다. 계속 전화로 이-메일로 연락이 많이 온다. 아내는 미국에 있는 친구들과 수다스럽게 격의 없는 말도 한다. 나는 제주도 친구들과 노래방으로, 농장으로, 해변으로 돌아다닌다. 돈이 많지 않아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아 좋다. 또한 시간을 쪼개 45년간 미국생활에서 써온 칼럼들을 정리해 책 출판 작업을 손질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안부 전한다.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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