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장난감 등 ‘조개껍질’보다 더 단단해
열받는 소비자들 위해 쉽게 여는 포장 속속 개발
올 할러데이 샤핑객들을 위해 몇몇 소매회사와 제조회사들이 선물을 마련했다. 바로 손을 베거나 찔리지 않고도 열 수 있는 포장이다.
전자제품과 장난감 등을 “조개껍질” 이라 불리는, 제품에 꼭 맞는 단단한 플래스틱 속에 넣거나 잔인할 정도로 복잡하게 꼬아 묶어 놓아 소비자들의 화를 돋우는 포장의 대안을 만들기 시작한 회사들은 ‘아마존 닷컴’‘소니’‘마이크로소프트’‘베스트바이’ 등등. 이미 업계에서는 이런 난공불락 포장이 소비자들에게 일으키는 좌절감에 대해 ‘포장 분노’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놓았다.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해마다 자신이 구입한 물건을 비틀고, 찌르고, 잘라서 개봉하려다 다쳐서 응급실 신세를 지는 사람이 6,000명 가량 된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을 전선 끊는 도구나 펜치를 들고 시작해서는 안 되겠지만 저도 그럴 수밖에 없답니다. 그래도 하나 여는데 10분은 걸려요” 아마존 닷컴의 창설자로 네 어린 아이의 아버지인 제프리 P. 베조스의 말이다.
베조스는 비적대적 포장의 새 시대를 여는데 앞장서고 있다. 일단 장난감 회사인 ‘마텔’‘피셔 프라이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전자제품 제조사 ‘트랜센드’가 가장 잘 팔리는 자사 제품 중 일부를 여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는 판지 상자에 담아 아마존에 보낸다. 베조스는 아마존에서 파는 제품은 모두 그렇게 환경에도 해롭지 않고, 소비자들에게도 편한 상자에 담기를 희망하지만 그것은 몇년은 걸려야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그는 말한다.
‘아마존’은 그렇게 하는데 문제가 없다. 제품이 매장 진열대에서 어떻게 보여야할 지, 수상한 샤핑객의 재킷 주머니 속으로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지나 않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염려를 해야 하는 오프라인 회사들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베스트바이’에서 파는 ‘익스플로러’ 컴퓨터 마우스에 별난 포장을 선보였다. 이 마우스도 척 보기엔 플래스틱 포장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양쪽에 플래스틱 지퍼가 달려 있다. 식품 포장에서 영감을 얻은 이 포장의 파란 화살표를 따라가면 소비자가 쉽게 열고 꺼낼 수 있게 되어 있다.
한편 전자제품 업계의 자이언트인 ‘소니’도 내부적으로 “조개껍질 사망”이라 부르는 야심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앞으로 몇달 안에 ‘베스트바이’와 ‘월마트’에서 시험할 계획인 포장 원형 세 가지를 개발중인데 그중 하나는 쉽게 떼서 열 수 있지만 도난방지를 위해 벨크로처럼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다.
‘소니’는 전사적으로 이 캠페인에 착수, 지난 4월 캘리포니아주 팜 데저트에서 연 연례 세일즈 및 마케팅 회의에 모인 1,200명의 직원들에게 4명의 소비자들이 ‘소니’ 제품을 개봉하느라 쩔쩔 매는 모습을 담은 재미있는 비디오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 명은 쇠톱을 사용했고, 다른 한 명은 이빨로 물어 뜯었으며, 세번째 사람은 손을 베었다. “포장으로 소비자들을 괴롭히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말이죠”라고 소니사의 수석 마케팅 담당자인 마이크 패즐로는 말했다.
사실 ‘소니’같은 회사가 밀봉포장을 한 것은 좋은 의도에서다. 10년 전쯤부터 소비자 전자제품과 장난감들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자 소매업자들은 불투명한 상자 대신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플래스틱에 담아 진열하여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서 제품을 보호도 하고 가게 좀도둑도 막기 위해 포장용기의 테두리를 튼튼한 에폭시 수지로 봉해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는 소비자들이 잘 안다. 물론 짜증과 부상이 속출했고, 새 시장 창출 가능성을 엿본 도구 제조사들은 그 조개껍질 포장을 여는 ‘플래스틱 서전’‘패키지 샤크’ 같은 이름의 제품을 만들어냈다.
지난 이삼년간 ‘컨수머 리포츠’지는 제일 열기 어려운 조개껍질 포장에 연례 ‘오이스터 어워드’를 시상해 왔다. 작년의 수상제품은 ‘프록터 & 갬블’의 ‘오럴-B’ 음향 칫솔과 ‘MGA 엔터테인먼트’의 ‘브라츠 시스터스’ 인형으로 어른 시험자가 여는데 8분30초나 걸렸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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