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홍신자씨가 지난 20일부터 이스트빌리지 라마마 극장에서 1인 무용드라마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하고 있다. 물론 샤뮤엘 베케트의 대표작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원작으로 창작된 공연이다.
고도는 산울림 극장에서만 10여년이 넘게 장기 상연된 것을 비롯해 아마추어 대학극의 무대까지 따지만 한국에서만 수천 여 차례가 넘게 공연된 베스트셀러 연극이다. 따라서 누가 연출하고 어떤 배우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동일한 텍스트를 여러 다른 무대에서 찾아보는 팬들도 생겼다. 어떤 무대에 올려졌느냐에 따라 원작의 감흥이 크게 차이나고 연출자에 따라 새로운 해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공연도 단순히 홍신자씨의 무용을 감상하는 것 이상으로 원작에 대한 해석과 연출이 무용과 연기를 통해 어떻게 펼쳐지느냐가 관객들의 중요 관심사였지만 결국은 무용가 자신에게로 감상의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참 지루하고 느리게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홍신자라는 걸출한 아티스트가 가진 아우라와 그가 내뿜는 기(그리고 분명히 그게 있다고 믿게 만드는 무대에서의 그의 존재감)이 없었다면 정말 그냥 지루하고 느린 공연에 그쳤을 것이다.
홍신자씨는 “관객들이 그냥 재밌었다라고 하면 좋다. 마지막에 내가 무대에서 한바탕 크게 웃을 때 기분 좋게 함께 웃으면 제일 좋다”라고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60분간의 짧은 공연동안 이 공연은 관객들을 너무나 긴장하게 만든다. 조그만 소리도 내기 부담스럽고 숨도 맘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적막하고 긴장된 분위기에서 실제 ‘고도’ 연극에서는 편하게 터져 나오던 웃음을 기대하긴 힘들다.
40년대 이 작품이 초연되었을 때 ‘광대들에 의해 공연된 파스칼의 명상록’이란 호평이 실리며 관객들이 몰려들었지만 막장 작가는 “이 작품에서 철학이나 사상을 찾을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 보는 동안 즐겁게 웃으면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씨의 고도’에서는 오히려 “ 나란 뭐지? 죽음이 두려운가? 나는 실재하는가? 나의 에고는 있는가?” 등 약간은 어리둥절할 정도로 직접적인 멘트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육중한
남자의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오며 관객들에게 계속 존재론적인 철학과 사색을 강요한다. 분명 원작가와는 다른 홍씨의 해석이다.
<박원영 기자> w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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