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테러범들이 60시간 동안 무차별 살육을 저지르고 진압에 나선 특수부대에 맞서 끝까지 저항했던 타지호텔이 참혹한 모습의 속살을 드러냈다.
105년 전통의 타지호텔은 인도의 민족자본가이자 타타그룹의 창립자인 잠세트 타타가 영국 식민지배 시절 원주민이라는 이유로 영국계 호텔 출입을 저지당한 후 인도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지은 호텔로 뭄바이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그러나 테러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타지호텔 내부에는 이런 호텔의 역사와 자존심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1933년 뭄바에서는 처음으로 정식 허가를 받아 문을 연 술집인 ‘하버 바(Habour Bar)’ 내부는 잿더미로 변한 채 흉악한 몰골을 드러냈고, 유명 일식당인 ‘와사비’에도 무엇하나 제대로 남아있는 게 없다.
또 호텔 1층과 6층 객실들은 교전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완전히 녹아 내렸고, 4층과 5층 객실 일부도 곳곳이 불에 탄 모습이었고, 호텔의 상징인 꼭대기의 돔도 폭발과 화재로 쑥대밭이 됐다.
일간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30일 타지호텔의 이런 처참한 몰골은 4명의 테러범들이 무차별 살육을 저지른 결과라고 전했다.
이 호텔에 잠입해 인질극을 벌였던 4명의 테러범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눈에 띄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방아쇠를 당겼다. 지금까지 이 호텔에서 무려 아흔아홉구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 이런 끔찍한 살육의 증거다.
호텔 곳곳에는 아직도 부비트랩이 설치돼 수색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장소가 있다. 따라서 타지호텔에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국가안보대(NSG)와 호텔 당국자의 설명이다.
테러 발생 당일 호텔 19층 연회장에 갇혔던 한국인들이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대피했던 게 얼마나 행운이었는 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다만 테러범들이 타지호텔 전체를 날려버리기 위해 호텔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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