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금융위기를 통해 한국은 금융시장을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투전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정운찬(60) 전 서울대 총장은 28일 우래옥에서 서울대 워싱턴 동창회(회장 박무광)와 한국대학동창회협의회(회장 오인환)가 공동개최한 ‘금융위기와 한국경제’라는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고 “필요한 규제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만능주의 이젠 NO”
정 전 총장은 “현재 정부의 정책을 볼 때 가장 우려스러운 것 중의 하나는 금융위기 이전의 미국 시스템을 모델로 삼아 시장만능주의에 기초한 규제완화를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지금 탈규제 정책의 부작용이 가져온 미국발 금융위기를 체험하고 있으면서도, 시장 만능주의에 입각한 규제철폐 드라이브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 규제자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진입장벽과 같은 규제는 가급적 완화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시장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규제는 더욱 잘 작동하도록 정비하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전 총장은 한국경제의 문제로 불확실성을 들며 기획재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의 목소리가 다르고, 때에 따라서는 정부와 청와대의 정책이 엇박자임을 지적했다.
정 전 총장은 이어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것도 큰 실수”라면서 “세금감면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레이거노믹스’가 실제적인 경제 효과 없이 소수 부자들의 재산을 불려준 이데올로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이미 학계의 정설로 굳어진지 오래”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총장은 또 정부는 장기적으로 대학이 기초과학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컴퓨터, 철강, 통신장비, 조선 및 자동차 등 몇 가지 산업에서 세계적 리더가 된 상황에서 최첨단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 이상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최첨단 기술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응용과학이 아닌 기초과학분야에서 장기적인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있는 정 전 총장은 “미국 발 금융위기는 깊숙이 들어가 보면, 미국 내의 소비와 저축의 불균형, 그리고 소득 분배의 불균형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한국은 단기적으로는 노동자의 소득기반을 튼튼하게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에 대한 기회를 늘려 소득과 부의 분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경제 외적 측면에서의 잠재적 이익을 생각할 때 한미 FTA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개방돼 있는 미국과 FTA를 체결했을 때 자동차 산업등 몇몇 산업은 몰라도, IT를 비롯한 대부분의 다른 산업에서는 크게 얻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70년 서울대를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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