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홍해 바다 속을 따라 모세가 이끄는 이스라엘 민족을 뒤쫓던 이집트 군사들이 갑자기 거대한 물기둥을 만나 혼비백산하는 영화속 장면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23일 메릴랜드 베데스다에서 워싱턴 D.C.로 연결되는 포토맥강 주변 리버로드 인근에서 이날 오전 7시55분께 지름 60인치(1.5m) 크기의 대형 상수도관이 파열됐다.
이 사고로 상수도관에서 마치 벼락처럼 물이 한꺼번에 도로로 쏟아지면서 일순간 리버로드는 깊이 1.2m, 폭 18m 이상의 거대한 파도에 휩싸이게 됐다.
마침 사고현장 주변을 지나던 차량 15대에 탑승해 있는 시민들은 마치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미시시피강 강둑이 터져 물이 차오르는 가운데 지붕에 올라 구조를 요청했던 뉴올리언즈 주민들처럼 물난리를 만나 차안에 갇힌 채 애타게 구조를 요청했다. 특히 갑작스런 한파까지 겹쳐 영하를 훨씬 밑돌며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는 차오르는 물속 자동차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운전자들에게는 또 다른 공포의 그림자였다.
사고 직후 9.11 신고를 받고 구조차량 수십대가 출동됐지만 쏟아지는 물벼락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구조대원들은 보트에 줄을 묶어 물속에 잠겨가는 차량에 접근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헬기까지 동원되는 긴박한 구조작업으로 이어졌다.
구조헬기들은 대형 수해 현장에서 이재민을 구조해내듯 헬기에 철로된 구조바구니를 매달아 차량 탑승자들에게 접근했다.
물속에 갇힌 SUV 차량에서 어린이가 먼저 무사히 구조돼 헬기 구조 바구니에 오르자 길 옆 계곡 위쪽에서 사고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날 메릴랜드 관계 당국은 오전 10시께까지 모두 15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극적으로 구조된 한 차량 운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출근길 도로 상황은 좋았는데 갑자기 자갈과 나무토막들이 뒤섞인 거대한 파도가 도로위로 휘몰아쳤다”며 “깜짝 놀라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급히 핸들을 꺾고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차는 물속에 갇혔고, 물이 차 꼭대기까지 차오른 상황에서 구조대원들이 나를 구조해줬다”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긴박했던 사고 순간을 회상했다.
이날 사고는 대형 상수도관을 즉각 폐쇄하지 못한 채 2시간 이상 방치함으로써 더 큰 피해를 유발했다.
경찰 등 관계 당국은 사고원인에 대해 조사중이며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고가 나자 CNN, NBC, 폭스 뉴스 등 미 TV방송들은 1시간 가까이 사고 현장 및 구조장면을 실시간 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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