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날에 남편을 만났을때 책읽기가 별 취미 없는 내게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문학과 철학 그리고 정치에 대해 열변을 토해대던 남편이 어찌나 멋있어 보였던지 - 그때는 다들 콩깍지가 씌인다고 하던가.
창작열과 정의에 불타 감당할수 없는 청춘을 발산했던 남편에게 발 맞추느라 이해도 안 가는 문학서적을 밤새 들척이다 결국 포기하고 책들의 제목과 작가만 외우고 아는척 하다 들통난 우습던 그시절을 가끔 남편은 놀려댄다.
살림 못해도 좋아 , 음식 못해도 좋아,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더좋아. 인간은 떡으로만 사는게 아니라 내적인 교류로 사느니라”. 하며 개똥철학을 읆어가던 남편의 말에 속은 신혼 생활은 채 한 달도 못 갔다.
이제 갓 시집 온 새댁의 음식 솜씨가 평생 하신 어머니의 음식 솜씨에 비할까.
대화고 뭐고 맛있는 된장찌개와 시원한 북어국이 더 좋아 하고 짜증 내는거였다.
반면에 나역시 정치와 문학의 열변이고 뭐고 늘 책을 들고 다니던 멋있던 남편은 온데 간데 없고 얄팍한 박봉에 이리저리 쪼개어 살림하는 내 입장은 아랑곳 없이 새 책 나왔다고 몇권씩 사대는 남편이 야속해 싸웠던 거대한 현실에 굴복 하고 마는 작은 유리컵 같았던 신혼생활.
더 미웠던건 이사 다닐때 마다 나와 상관도 없는 문학책들이 내 눈에 엄청 가시일 수 밖에. 바가지가 심했던지 이리저리 눈치보다 어느날 그 열성적인 문학도는 현실에 치여 악처에 의해 사라지는 비극을 맞이해 버리고 말았다.
사람일 모른다더니 뚱딴지 같이 남편대신 내가 새삼 책에 빠질줄이야.
우연히 집어든 남편의 먼지 앉은 책에 재미를 붙이다 동네 도서관을 열심히 들락 거렸다. 그러던중 우연히 빌린 책한권-박은주 작가님의 ‘고백’ 자서전을 읽고 감당못할 묘한 매력에 빠져 들었다.
갑자기 내면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꿈틀 거렸다. 영화 한편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듯이 한권의 책이 나를 마치 작가가 된양 몰고갔다. 어릴적 책 읽기는 어지간히도 싫어하면서 열심히 끄적였던 기억들이 스쳐간다.
내어릴적 아버지 혼내면 서러워 함박만한 눈물 쏟으며 끄적끄적 억울함을 호소하던 숙제장 껍데기들. 학우 때문에 아프고 공부가 힘들어 도망치고 싶을때 한없이 사연 가득 담았던 사춘기적의 내 일기장.
사랑 때문에 시리고 세상이 내게 너무나 커다랗고 무시 무시하게 다가올 때면 글속에 숨어버리곤 했던 기억들. 벗삼아 끄적이던 노트들이 어느날 아내되고 엄마되니 소리없이 사라져 갔다.
그렇게 기억속에서 지워진 노트가 우연히 만난 육아수기 공모전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사춘기를 혹독하게 치른 아들녀석의 가슴앓이 얘기를 절절히 풀었더니 뜻밖의 1등을 했던 그감격은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원래 초보자가 대박 치는거야, 낚시도 처음 간 사람이 더 큰 놈 잡더라구. 남편이 연신 놀려대면서도 흐믓해한다.
밤을 지새우며 쓰고 또 써내려 가도 행복한 이 순간.
젊은 날의 남편도 이 기분이었을까?
현실을 더 쫓았던 가련했던 우리의 신혼생활.
세월이 흘러 어느덧 중년에 접어드니 조금은 인생이 무엇인지 알것 같고 감히 조심 조심 그 인생을 쓰려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만남을 갖는다.
내가 박은주 작가님의 ‘고백’ 을 읽고 작가가 되기를 원하듯 육아수기의 금상이 계기가 되어 펜을 들게 될지는 예상치 못했던 인연 .
사랑하고 스러지고 아프고 분노하고 원망하며 순간 순간 만남들이 인연되어 사연사연 쌓아 내면의 향기를 담아 진정한 고백을 펼쳐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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